진료보조인력 발생 등 각종 문제점 야기..간호사 트레이닝 기간에 의사 처방 내는 법 트레이닝 하기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나순자)이 의사인력 정원(T.O)과 실제 운영인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들이 의사인력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이로 인한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3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문의의 경우 정원과 현원 격차가 가장 큰 곳은 157명으로 정원이 454명인데 비해 현원은 297명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 72명(사립대병원), 70명(국립대병원), 69명(국립대병원), 10명(사립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병원 규모가 비교적 적은 지방의료원의 경우에도 전문의 부족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9명이나 되었다.

전공의의 경우 정원과 현원 격차가 가장 큰 곳은 97명으로 정원이 182명인데 비해 현원은 85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에서 전공의 현원이 정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턴의 경우 정원에 비해 현원이 가장 부족한 곳은 18명이었고, 15명, 7명, 6명, 4명이 뒤를 이었다.

또한 의료현장의 의사인력 부족은 진료 파행, 환자불편과 함께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의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의사인력 부족이 환자불편을 초래하고 환자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사인력 부족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는 점이다.

실태조사에서는 ▲대부분의 드레싱을 의사가 아닌 전담간호사가 수행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상태를 잘 알지 못해 처치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 ▲의사 1명당 담당 환자수가 많아 평상시에도 회진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데 휴가를 사용할 때 환자 회진이나 처방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도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숨기려는 모습도 드러났다.

실태조사 응답에는 “간혹 환자들이 PA가 의사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어 PA 복장을 의사와 동일하게 입게 하고 근무복(가운)에 직종을 표기하는 것이 아닌 진료과와 이름을 새겨 환자들이 의사로 착각하게끔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울러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 대응에도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관련 전문의가 없어서 중증환자는 아예 받지도 못하고 있고,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다른 곳으로 전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어 다른 내과 의사가 코로나병동에 투입되다 보니 병원 전체 진료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었다.

반면, 감염내과 의사나 호흡기내과 의사와 같은 전문의가 있지만, 의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엄청난 업무 하중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태조사에서는 “감염내과 교수 1명, 호흡기내과 교수 1명이 전담하다시피 코로나19 환자를 24시간 담당하여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거나 “코로나19 담당 의사인력이 부족해 높은 피로도와 업무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대응 전문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견인력 문제도 심각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수본에서 지원 보낸 의사의 경우 인턴 과정만 마치고 오거나, 전공의 마친 시간이 오래된 경우 기관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등 업무에 미숙하며, 기본적인 처방조차 잘 내지 못한다”거나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인턴이 PCR(코로나 바이러스 검출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던 중 검체 채취 전 시약(보존액)을 묻혀 코안으로 넣어 점막에 손상을 입은 사례가 발생했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또한 “마지못해 진료에 투입된 의사들도 제대로 격리병동에 들어가길 꺼려 하고 심각한 욕창 드레싱 등을 기피하고 간호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호소도 있었다.

◆ 의사인력, 결국 진료 보조인력 발생 원인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PA, 전담채혈팀, 욕창 드레싱팀, 외래전담 간호사팀(동의서 작성, 수술 설명, 스케줄 조정 등)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의사가 아닌 타 직종의 인력들이 인턴, 전공의, 전문의 등 의사인력이 담당하는 업무를 대리하는 전담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의사가 의사 본연의 일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다른 직종의 인력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실태조사에서는 “간호사 트레이닝 기간에 의사 처방 내는 법에 대해 트레이닝을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업무혼선과 갑질, 감정노동도 심각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간호업무가 마비되었다”거나 “담당 의사와 인턴이 서로 업무를 떠넘기다 보니 업무가 지연된다”는 호소도 있었다.

노조는 “의료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의사인력 부족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물론이고, 진료파행과 코로나19 대응 부실, 환자불편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 환자안전 위협, 업무혼선, 갑질과 감정노동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따라서 파행 진료를 정상화하고, 환자불편과 피해를 없애기 위해 의사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의사업무는 의사가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직종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것과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정 의사인력 확충정책을 과단성있게 추진해달라”면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의사인력 확충정책이 의정 합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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