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 창간 50주년 특별초대석---원로에게 듣는다 (이성낙 가천대학교명예총장)
대한민국 의료, 백년지대계를 향한 길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며 변화를 주도해 나가자!

[의학신문·일간보사=안병정 기자]근래 우리나라의 의학기술은 세계최고를 자부하고 있다. 여기에다 선진 의료보장제도로 국민 대다수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받는 등 세계최고 수준의 건강복지를 향유하고 있다. 이 바탕에는 현대의학의 꽃을 피우고, 의료서비스 공급의 최 일선에 있는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한국의료가 성장 해 온 일단을 돌아보며, 대한민국 의료가 항구적으로 발전하고, 특히 의료발전의 주역인 의사들이 계속 역할을 높이고 전문가로서 존중받을 방도가 무엇인지 원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초대의 인물은 이성낙 가천대학교명예총장이다. 이성낙 명예총장은 일찍이 독일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975년 연세의대 교수(피부과)로 돌아와 서구에서 쌓은 의료 식견으로 우리나라 현대의학이 발전하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의과대학 학장, 의료원장, 대학총장을 두루 거쳐 의료사회 전반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의료계 원로다. 특히 이성낙 명예총장은 현역에서 은퇴한지 오래되었지만 늘 의료현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칼럼니스트로 역량을 발휘하며 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있어 식자(識者)로서의 모범을 사고 있다. 현대의료의 산증인으로서, 의료와 사회를 중용의 시각에서 비평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 이성낙 총장을 만나 대한민국 의료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얘기, 그리고 앞날을 위한 준비와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매우 건강해 보이십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 유유자적 하는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코로나 19로 활동의 폭이 좁아져 있잖아요. 대신 열심히 걸으며, 서울근교 문화탐방으로 소일하는 편입니다. 코로나 발발 이후 1년여 사이 서울둘레길을 종주를 했어요. 서울둘레길 총 길이가 157km라고 하는데 틈 날 때 마다 끊어서 찾곤 하였기에 실제 둘레길을 걸었던 거리는 줄잡아 250km는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틈 날 때마다 서울 근교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유적 등을 즐겨 찾는데 나름 유익하고 보람도 있습니다. 특히 명소 주변에는 한적한 카페들도 많아 이런 곳에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즐기는 것도 묘미입니다. 평일에는 교보문고 같은 서점에 들르는 것도 주요 일상입니다. 읽을 만한 책을 사는 일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 일상이 문화탐방에 주력하시는 것 같지만 칼럼도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선생님 칼럼을 접하곤 하는데 의료현안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의료문제와 관련한 통찰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평소 의료계 동향이나 현안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시는지요.

에이, 제가 뭘 알겠어요. 신문을 보고 가끔 답답함을 토로하곤 하는데 마뜩한 해법이 없는 것 같아 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의료계 소식은 의학신문과 의협신문이 교과서입니다. 두 신문을 집으로 보내주시기에 아주 유익하게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의료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읽고 동료와 후배들의 개략적인 동정까지 알 수 있어 정말 유익합니다. 그러나 많은 정보를 얻지만 그 가운데 정부나 정치권의 무리한 의료정책, 그리고 이에 따른 의사들의 반대 목소리를 전하는 소식들이 많아 근래 들어서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요. 무엇보다 대다수 일간신문이나 방송 등의 보도 행태가 의사들을 비판적인 시각에서만 다루는 경향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이성낙 명예총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낙 명예총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에서 한 발짝 비켜계신 노학자께서 의료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이건 아니다하시며, 설파에 나서는 모습에 주위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요즘 세상은 40~50대 장년층이 주도하는 시대인데 여든 살이 넘는 노인이 나서서 뭐라 얘기한다면 곧이들으려고나 하겠어요. 그래서 참 조심스러워요. 평소 제 좌우명이 주책없다는 소리 듣지 말자입니다. 요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넘쳐나는데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잘못 참견이라도 하면 노인네소리 듣기 십상 이거든요. 그래서 후배나 제자, 지인들로부터 주책 맞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가급적 말도 아끼고, 나서지도 않는데 가끔 신문 방송에 터져 나오는 의료관련 지탄이나 의사를 폄훼하는 보도를 보면 적잖이 속이 상합니다. 언론의 보도 태도가 왜 이런지, 국민(의료소비자)들은 왜 그런 시각을 가질 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사) 입장도 있는데 서로 이해를 못하고, 그 간극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체념하고 유야무야 넘어갈까', 아니면 사회나 정치권을 향해 생각을 표출하여 반응을 나타낼까' 고민을 하게 돼요. 물론 저 같은 사람이 신문에 칼럼 한편 쓴다고 해서 무슨 울림이 있겠습니까만.

이처럼 몇 번을 고심하다 적어도 나를 잘 아는 가까운 지식인들에게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따금 글을 쓰곤 합니다. 의학신문이나 의협신문에도 기고를 하지만, 그 보다는 사회적 리더들이 현재와 같은 의료정책의 불합리나 모순의 본질을 바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급적 일간신문에 투고를 하는 경향입니다.

의료서비스와 의료보장 발전은 의사들 헌신 덕분

정부나 정치권은 의사들의 역할 폄훼하지 말아야

-후배 의사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되고, 다른 한편으로 의료가 참답게 발전해야 된다는 충정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금 가장 잘못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사실 저는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얘기할 자격도 없고, 그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감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료라는 초 전문적인 분야를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판단하느냐때문입니다. 단적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명분으로 의대를 신설하겠다거나 의사인력을 대거 확충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의료의 백년대계를 놓고 접근할 문제를 도로 신설하고, 교량 놓아주는 지역구 민원 해결 하듯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시대에 들어섰는데 빨라야 10년 후에나 써먹을 의사를 지금 부족하다고 양성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 정책인지 의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정말 의사인력이 부족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하는 등 절대적인 의사인력 수요가 있다면 의사 전문가 집단의 공감을 얻어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봅니다. 또한 의사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해도 이를 의대신설로 접근 할 것이 아니라 의사를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곳에 정원을 배정하고 교육을 시켜 자질을 갖춘 의사가 양성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해요. 그런데 정부는 의료계의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정부나 정치권이 의사들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정서도 전반적으로 의료계는 정부시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이기주의적인 집단이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경향이 높습니다.

솔직히 그런 부분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의사들이 피해의식에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정부에 많이 속았다면 속았고, 당했다면 당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어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대해 배타적인 측면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세세한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의료계도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의사회원들을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전문가단체로서 세련된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감한 의료시책으로 잦은 논쟁이 야기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거부감이 있고, 내용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반대나 투쟁을 외치기보다 제안이 나오면, 일단 검토해 보자며 시간을 벌어놓고 시책의 옳고 그럼, -불리를 따져가며 협상과 절충을 통해 정부에게는 정책목표를 달성했다는 명분을 주고, 대신 의료계는 실리를 얻는 방법으로 전략을 구사해 나가면 어떨까 합니다. 물론 정부를 움직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집단행동을 통한 물리적인 힘으로 정부와 대항하겠다는 것은 구태이고, 이제 시대조류에도 맞지도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냉철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고 봅니다.

의료계는 국민 신뢰 쌓는 것이 의권 지키는 길

-일련의 의료정책이나 현안들을 보면 의료계의 정책적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사들이 달리 특권을 누리는 것도 없는데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따돌림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 야속한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정치권이나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서 비롯된 측면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끄러운 일입니다. 딱히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인식하며, 각성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의협이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하여 정책단체의 기능을 확립하여 의료계를 조화롭게 이끌며, 의사들의 정서를 통일해 나가는 노력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의사들이 많이 배웠고 많이 알고 있으니 모범이 되고 헌신적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기대는 비단 우리 의사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우리 사회 지도층 누구에게나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우리 의사들이 능력과 전문성에 버금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합니다. 혹시 특권의식으로 자만이나 독선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국민 정서와 눈높이 맞는 전문가상을 정립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의사들의 주의 주장이 여론에 올바로 파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의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럼 어떻게 하면 국민적인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국민정서를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관리할 수 는 없는 일입니다, 정도를 통해 의사집단의 참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의사에게 엄격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회원 권익이란 미명으로 무조건 동료의 일탈을 감싸려 한다면 그 조직은 친목회나 동호회에 불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조직에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국민 앞에 자세를 낮춰 유감을 표명하고, 당사자를 법적인 처분에 앞서 윤리적 차원에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봅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우리 자신에게 엄격할 때 조직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선배들의 노하우 잘 녹여내고 전수받는 것도 지혜

-옳은 말씀이신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학계나 의사단체가 보다 노련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전문가단체의 위상을 높여나갈 방도가 없을는지요.

기본적으로 싱크 탱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제 짧은 소견으로는 의협이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하여 정책이나, 교육, 연구 등에서 대단한 노하우를 가지고 계신 원로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소위 상원의 기능을 발휘하는 조직이나 기구를 의사단체나 학술단체에 두면 어떨까 하는 의견 입니다. 주먹구구로 따져 봐도 대학이나 큰 병원에서 수많은 경력을 쌓고 은퇴하시는 분들이 줄잡아 한 해에 100명은 넘을 텐데 이 분들의 노하우를 잘 녹여낼 수만 있다면 의료발전에 필요한 자산을 넉넉히 확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의협이나 학회 등에 고문이란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의 고문제도는 생산적이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경로우대' 성격 같아서 고문으로 위촉한 뒤 1년에 한두 번 초청하여 식사 대접이나 하고, 현안 보고와 같은 형식을 갖추는데 이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마침 이번에 의사협회가 새로운 회장을 뽑아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의협부터 선배들의 경험과 생각을 이끌어 낼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열정 있는 선배들을 활용하고, 그 분들의 노하우를 베끼려는 시도를 해 나갔으면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여 국민건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켜 나가고 있음에도 의사들의 수고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정말 섭섭한 일입니다. 앞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얕보는 것 같다고 얘기 했는데 의사도 그 수가 많다보니 개중에는 소명의식을 일탈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의사들은 정말 국민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입니까. 더욱이 우리 국민들이 향유하는 최고의 의료서비스와 기술은 정부가 외국에 가서 사가지고 온 것이 아닙니다. 머리 좋은 영재들이 어려운 학문에 도전하여 현대의학을 잘 익히고 발전시켜 온 결과이며, 민간자본이 과감히 투자하여 의료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 덕분입니다. 정부는 그 위에 소위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규제시책으로 의료를 복지시혜로 넓혀왔을 따름입니다. 물론 건강보험의 확대는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기에 탓 할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부는 의료서비스 공급의 주체로서 헌신해 온 의사들을 고맙게 여겨야하며, 국민들이 감사하게 인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마당에 행여나 정부나 사회가 의사들을 적대시 한다면 불행 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정말 선각자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8.15 해방과 6.25 전쟁이 끝난 뒤 정말 우리나라는 의료 불모지였습니다. 의학신문이 창간되던 1970년대 만해도 기생충 질환이 만연했고, 심지어 한센병 환자도 많았습니다. 그 때 의료의 음지라고 할 수 있는 분야를 전공하여 기생충을 박멸하고, 한센병의 예방과 치료기술을 발전시킨 선배들을 생각하면 숙연할 따름입니다. 그 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후세들이 암치료, 장기이식 등 첨단의료로 현대의학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의학의 선구자들께서 앞을 내다보는 지혜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 민국의료가 글로벌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의사들이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개척해야 될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부단하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4차 산업 혁명에다 뉴노멀 시대가 본격 전개되는 상황이라 변화에 나서는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의료기술의 변화와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기에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적으로 원격의료만 해도 그렇습니다. 원격의료는 이미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와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 정서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원격의료도 시대의 흐름이라는데 이론이 없으며,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물론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갖기가 벅차다는 것은 알지만 의료계가 제도를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테니 원가보전이 가능한 합당한 수가를 보장해 주고, 의료기기나 시스템으로 야기될 수 있는 오진이나 안전문제 등에 대한 면책까지 담보해 달라고 정부를 움직여 나갈 때 제도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분명 원격의료는 의료기관 종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사들에게 꼭 필요하고, 환자와 시대의 요구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도화 초기에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나서 정부에 정책적인 명분을 주고,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입안 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낙 총장은 현안으로 제기된 의료정책 말고도 의학 연구와 교육에 대해서도 분명한 철학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은 의료와 관련한 제반 시책이나 환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소 어수선 하지만 의료의 미래는 비전을 가져도 좋을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 논거로 현재 의료에 종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열정이 뛰어나고, 도전의식이 충만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안병정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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