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난소암 등 가족력 있는 경우 유전성암 발병 가능성 진단…변이 확인해 효과적인 맞춤 치료 선택도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암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각종 암으로부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존 암 치료를 받은 후 재발이나 전이 여부에 대한 조기 진단을 필요로 할 경우에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해석하여 암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혜련 교수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혜련 교수는 1일 “암 하나에도 여러 가지 유전자가 관련돼 있고 하나의 유전자만으로는 진단, 치료, 예후 예측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해 각 환자 개인별 유전체 분석결과를 의료진이 암의 진단, 치료약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이용하게 돼 정밀의료가 가능하게 됐다”며 유전자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따르면 암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유전성 암 감수성을 시사하는 개인 또는 가족 기록이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적절히 해석할 수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암의 유전적 위험에 있는 환자 또는 가족 구성원의 진단이나 예방을 의학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유전자 변이를 과거에는 단일 유전자검사(single gene assay)로 검출했으나, 최근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NGS)’를 통해 다중 유전자검사로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한꺼번에 조사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확인되면 맞춤형 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통 난소암은 후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 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성 난소암의 발병 위험성을 고려해 직계가족 중에 난소암이 2명 이상이거나, 직계가족 중에서 난소암, 유방암이 합쳐서 2명 이상이거나, 가족 중에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가족 중 한명이라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초음파검사와 CA125 종양표지자 혈액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전성 유방암의 대표 유전자이기도 하는데, 국내는 비교적 젊은 연령의 유방암 환자가 많은 편으로,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유방암 환자에서 꼭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한 가지는 BRCA1/2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성 유방암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국가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에서도 45세 이하의 연령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유전자검사 시행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 급여 기준에 따라서도 40세 이전에 유방암을 진단받거나, 양측성 유방암,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또는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가족 중 BRCA1/2 유전자검사 양성이 확인된 경우, 60세 이하에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남성유방암의 경우 급여 적용을 받아 검사 시행이 가능하다.

김혜련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암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가족 중 어린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거나,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암이 생기거나 특히 가족 중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자궁내막암에 걸린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 선별해 시행해야 하며, 검사결과의 적절한 해석이 수반돼야만 환자 또는 가족 구성원의 진단이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련 교수는 “이러한 정밀의료와 표적 치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암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정확히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의 눈부신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유전자 검사 방법의 발전에 의해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유전정보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유전자 검사 결과의 해석과 분석이 더욱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나 HRD 포지티브(positive)를 가진 백금-반응성 재발성 난소암에 대해서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올라파립, 니라파립)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면서 난소암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PARP 억제제는 2-3차 이상 항암제 치료를 받은 후 재발한 백금 반응성 난소암 환자들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유지요법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에서도 보험급여가 적용돼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주영 중앙대병원 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의 경우, 환자 중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PARP 억제제)를 시행한 결과, 표준 치료법에 비해 유방암 진행 위험률이 40% 가량 낮아진 것을 확인해 실제로 유방암 진행위험률을 낮춘 대표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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