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무단횡단, 스쿨존 등 교통사고 금고형 등 다수 반박 사례 제기
“살인, 성폭행 의사 근절 마땅…단 개정안 취지 달리 피해 양산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최근 보건복지부의 ‘금고형 선고’에 대한 발언을 두고 ‘거짓’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히고, 반박 사례를 제기했다.

정부에서 의료계가 우려할 만큼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언급한 반면 의협에서는 사례가 많다고 반박에 나선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최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 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의료계는 유독 의료인에게만 과도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이 형평에 반하는 부당하고 과도한 규제라며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살인, 성폭행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선 이미 의료계도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 취지와 국민적 요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금고형의 선고유예만으로도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 특히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까지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손꼽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오는 건 매우 악질적인 경우 외에 드물다”며 “일반 교통사고로는 사망사고조차도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의협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단횡단이나 스쿨존 등 교통사고에서 다수의 금고형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으로 사실상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사망사고에서 재판부가 보행자의 책임, 원만한 합의와 피해자 유족의 선처 요청에 따라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의협은 무단횡단을 하던 90대 노인을 숨지게 한 운전자의 금고형이나 왕복 9차선을 건너던 보행자를 숨지게 해 금고형 집행유예,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 중 행인과 접촉사고가 나 금고형 집행유예 등 사건·사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해 논란이 된 '민식이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와 관련 운전자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는 사례도 늘고 있는 분위기도 의협이 우려하는 점이다.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금고형은 과실범이나 비 파렴치범에게 주로 선고되고 있는 점에서 명예적 구금에 가깝다”며 “수형자의 신체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이나 징역형과 달리, 노역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원에서는 주로 행위의 결과가 무겁더라도 의도적이지 않고 처리과정이 원만하며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에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어, 금고형 선고가 악질적인 경우라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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