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밀폐된 공간서 병상 간격 늘려도 감염병 전파 예방 못해” 지적
비상구, 대피로 등 안전한 진료환경 필요하나 대책 없이 소급적용 웬 말?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에서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내 병상이나 대피공간 등 시설 등을 변경을 강제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병상 간의 간격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감염병 전파를 예방할 수 없는데다 안전시설 설치도 특별한 대책 없이 강제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을 방지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고자 시설기준을 강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 내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는 등의 입원실 규정을 변경하고,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 설치를 강제하도록 소급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즉 신규뿐만 아니라 이미 개설돼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도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설을 변경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목적인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인권, 건강 등을 지키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에 따르면 우선 병상 수와 병상 간의 거리, 면적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이득이 전혀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병상 간의 간격을 지금보다 50cm를 늘리더라도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며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도 갈 곳을 잃는 등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의료진 모두가 안전하고 이상적인 진료환경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나 시설 마련에 대한 현실적 대안 없이 의무화하고 있어 오히려 짐만 될 뿐이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러한 개정안은 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참고하지 않고 정신 보건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만 접근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만약 이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의료기관은 공사를 위해 휴원하거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회는 “수많은 환자는 길거리로, 고용됐던 의료인력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라며 “졸속적인 이번 개정안 대신 보다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