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대한암협회, 고잉 온 캠페인 전개…경험 공유-전문의 상담 통해 정서적 지원
토크 프로그램 주도 이광민 박사 “아름다운 삶 계속된다는 믿음, 암 이후 삶도 초점 맞춰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이제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일생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이 30%가 넘고, 고령화 사회 속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환자로 살아가야 했지만, 현재는 암 생존율도 70~80%로 높아졌고 치료 후 사회 복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암 경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더불어 암 경험자의 정신 건강은 치료 영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경우 본인이 치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비의학적 접근을 선택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 중심에 ‘고잉 온 캠페인’이 있다. 암 조기검진, 치료기술 발달 등으로 암생존율이 증가함에 따라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캠페인 이름은 암 발병 후에도 암 경험자들의 아름다운 삶은 ‘계속된다(Going on)’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서 정신건강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는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광민 박사<사진>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충분히 암 경험자분들이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함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복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잉 온 캠페인' 암 경험자 일상 생활 복귀 초점 지원

고잉 온 캠페인은 글로벌 의료기업 올림푸스한국과 대한암협회가 진행하는 암 경험자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암 경험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거나 암 경험자의 일상 생활 복귀 등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네 가지로 암 경험자들 간의 경험 공유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고잉 온 토크(Going-on Talk)’ 심리 치유 프로그램이 가미된 음악 예술 활동인 ‘고잉 온 하모니(Going-on Harmony)’ 1인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한 영상 콘텐츠 교육 ‘고잉 온 스튜디오(Going-on Studio)’ 전국 주요 병원과 협력하여 암 경험자들이 일기를 쓰며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고잉 온 다이어리(Going-on Diary)’가 있다.

앞서 올림푸스한국은 암 경험자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치유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었고, 지난 2019년에는 그 활동 중 하나인 ‘올림#콘서트’의 관객으로 참여한 암 경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디스트레스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이광민 박사는 콘서트에 해설자로 참여했고, 올림푸스한국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 진행 중인 ‘고잉 온 캠페인’을 만들게 된 인연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그는 ‘고잉 온 토크(Going-on Talk)’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암협회 노동영 회장과 올림푸스한국 오카다 나오키 대표가 ‘고잉 온 캠페인’ 협약을 맺고 있다.

고잉 온 토크는 인터뷰 또는 대담 형식을 통해서 암 경험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암 진단과 치료 과정 및 사회복귀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암 경험자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다양하다. 특히 초반에는 불안이 가장 높다. 진단을 받은 후에는 치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병기가 얼마나 될까? 재발하지 않을까? 등 죽음과 관련된 불안이 엄습한다. 암과 관련된 가장 고전적인 정서적 문제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다. 현재는 성별, 연령, 사회적 역할 등에 따라 심리적 접근을 다르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사회적 위치 따른 심리적 어려움, 세분화된 모임 필요

예를 들어 중년 여성들은 가사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고민, 중년 남성들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 노년들은 암으로 인해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 등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심리적 어려움이 다르게 나타난다. 개개인의 니즈를 맞춰서 세분화된 암 경험자 모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광민 박사는 “암 경험자들은 정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환우회에 의존하기 마련이고 도움이 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고잉 온 토크에서는 정신종양학 전문의로서 암 경험자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함께 어루만지려고 하지만, 일대일 상담이 아니다 보니 분명 한계는 있는데 계속 고민하고 세팅해 발전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상황 속 암 경험자들과 직접 Zoom 화상 미팅으로 진행했다가, 지금은 사연을 받아 고민을 풀어주는 영상을 촬영한 후 ‘고잉 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암 전문가, 종양내과, 식이 전문가, 운동 처방사 등을 초청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상을 올리는 접근법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세상에 긍정적 에너지 전달, 암 경험자 인식 바꿀 것"

캠페인을 통해 발전시키고 싶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묻는 질문에서 이광민 박사는 진행하고 있는 고잉 온 토크에서 인터뷰를 통해 암 경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암을 진단받으면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데, 암 경험자분들이 관련 내용을 글이나 영상으로 만들어서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도와주는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다”며 “분명 세상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광민 박사는 “암 경험자분들도 암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암 치료 과정을 경험해 나갔으면 한다”며 “때로는 그것이 절망으로 느껴질지라도, 고잉 온 캠페인 이름처럼 암을 경험하더라도, 나의 아름다운 삶은 지속된다는 믿음으로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집중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환한 웃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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