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성 위협 한 목소리···정부, 사회적·윤리적·종교적 진지한 논의 필요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지난 11일 ‘비혼출산 문제점 긴급진단’ 세미나 개최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비혼 출산’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생학 발생 및 인간의 상품화 등으로 결국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지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비혼출산 문제점 긴급진단’ 세미나에서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비혼 출산은 매우 위험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탈된 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한 감성적 미화현상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적 배우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 아기시술로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한국 사회에 ‘비혼 출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를 계기로 젊은 세대에서 다른 형태의 가족 구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촉발됐으며, 여론의 주목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비혼 여성 임신과 관련된 제도 개선의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시작으로 가정의 해체 등 훨씬 더 심각한 생명윤리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생식의료의 ‘상업화’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주목됐다.

박상은 샘병원 원장(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은 “현대 사회는 충분한 과학적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기술을 전부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며 “과학적인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앞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정립돼지 않으면 사회가 폐멸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비혼 출산을 위한 정자 판매는 국내에서는 위법한 행위며, 향후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은 거대한 상업화의 길로 향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미 대리모는 상업화돼 미국의 경우 13만 불을 지불하면 자신이 임신하지 않아도 아이를 가질 수 있으며, 인도나 네팔의 경우 4만 불에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대리부도 인터넷으로 얼마든 접근할 수 있어 젊은 대학생들이 손쉬운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정자를 판매하려고 줄을 서는 기현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박상은 원장은 앞으로 소위 ‘디자이너 베이비’를 가지려는 비혼의 남녀가 많아질 것이며, 정자와 난자를 주문하는 것을 넘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 완벽한 형질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은 원장은 “적어도 생명에 있어서는 과학주의·상업주의적 접근보다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치·경제·사회 등에서는 대다수의 것들이 다수결로 결정돼지만, 생명만큼은 절대주의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인간의 유전자나 유전정보가 다른 곳에 이용당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지난 2016년 선포한 생명존중선언문에는 생명의 책임성, 생명의 평등성, 생명의 안전성, 생명의 관계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생명존중선언문에서 마지막에 언급한 생명의 관계성은 모든 생명은 연결돼있으며 특히 가정에서 부부의 사랑을 통해 생명이 잉태됨을 나타낸다”며 “혼인의 제도 안에서의 임신과 출산은 우리 사회를 떠받드는 소중한 가치임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헌법에서도 생명의 존엄성과 아울러 헌법 36조에서는 가정과 혼인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로 적시하고 있으며, 헌법 37조에서는 국가의 기본이 되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임을 알려주고 있다.

박상은 원장은 “자기결정은 반드시 사회적 윤리규범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수많은 법과 윤리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이다”며 “자기결정권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거나 자기 멋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우리가 지켜야 할 헌법적·생명윤리적 가치로 △낙태가 아닌 생명, △비혼이 아닌 결혼, △혼자가 아닌 가정, △소유가 아닌 사랑, △혼란이 아닌 질서 등을 꼽았다.

일례로 살인이나 자살이나 낙태 등은 자기결정권의 그릇된 사용이고 남용이라며, 인간복제나 대리모 임신, 정자·난자매매 등도 인류사회의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사유리씨의 이번 비혼 출산과 양육을 계기로 다시금 목적적 존재로서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겨보며 아울러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회복했으면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사회적·윤리적·종교적 진지한 논의를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명진 소장은 “일탈된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잘못된 행위가 미화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건강한 가족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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