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성 재조명 불구, 10만개 재고처리 여전히 난항…“개인 판매는 한계” 정부 차원 대책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불법 열화상 카메라에 대한 문제가 최근 연이어 제기되면서 중요성이 재조명된 비접촉 체온계가 정작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의료기기 수입업체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경영난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주로 대형 건물이나 지자체등에서 사용하는 열화상 카메라가 실상은 허가도 없는 불법 제품이었고 측정 수치 또한 맞지 않는다는 보도들에서 촉발됐다.

안면인식이라고 했지만 사진만으로도 체온이 측정되는 오류가 밝혀져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원거리 측정에 대한 오류로 인해 체온 측정에 대한 정확도가 낮아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서울시에서도 대대적인 조사를 거쳐 모두 12종류, 3만여 개 시가 13억 원 어치의 불법체온계를 적발해 고발조치했다. 이 제품들은 정확도에 문제가 있어 체온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불법 수입 제품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시도군구로부터 제출 받은 체온계 스마트패스 열화상 카메라 구입 내역에 따르면 지자체가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구입한 체온계 32만개 중에 21만개가 미인증 제품으로 밝혀졌다.

더 심각한 것은 보건행정의 일선을 맡고 있는 보건소 221개소에서 112개소가 미인증 체온계를 사용하고 있어 방역에 큰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식약처는 관련 업체에 대한 처분과 감시를 늘리고 있지만 기존 제품에 대한 처리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불법 제품이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열화상 카메라는 특성상 원거리 물체에 대한 대략적인 온도를 측정하는 목적으로 주변 온도, 측정거리, 유리 등의 반사 요소 반영 시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져 체온 측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표준원에서는 안면인식 적외선온도계의 기준규격을 만들고자 식약처에 관련 규격을 요청했으나, 제시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 일반 온도계가 갖고 있는 특성으로는 유효성 입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열화상카메라의 경우 온도의 높낮이만 참고용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대략적인 선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꼭 비접촉체온계로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사용 목적이 모아지고 있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월 국내 체온계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약 40만개의 비접촉 체온계를 수입하고 이를 각 지자체에 통보해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불법제품 난립 속 수입 물량 10만개 재고 신세, 수매 등 대책 절실

하지만 의료기기 수입업체 A사 임원은 “수입 물량 중 현재까지 약 10만개가 여전히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 무관심과 불법체온계로 판매는 미비한 실정이고 경기 여파로 인한 구매력 저하로 개인 판매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판매 부진으로 인해 정부 시책에 협조한 회사들은 몇 십억의 과다한 재고를 안고 있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마땅히 대책을 호소할 곳도 없어 속병을 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 식약처는 긴급사용승인제품에 대해 일반 판매를 허용했으나, 워낙 불법제품이 난립해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정부 시책에 협조한 회사에 대한 수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수입을 하게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불법체온계가 사용되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사업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면, 이후 다른 어려움이 있을 때 아무도 동참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신뢰 차원에서라도 체온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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