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物格而后知至 知至而后意誠 意誠而后心正 心正而后身修 身修而后家齊 家齊而后國治 國治而后天下平 (물격이후지지 지지이후의성 의성이후심정 심정이후신수 신수이후가제가 제이후국치국 치이후천하평)…” 이는 大學(대학)의 8조목에서 나온 내용이다.

즉,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는 만물의 이치부터 연구하고, 지식을 쌓고 성실함과 마음을 바르게 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 자기 몸을 바르게 하고, 집안을 잘 관리하고 한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8조목은 현대사회의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이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할 의무도 없고, 이것에 얽매여서 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현재 까지는 COVID-19를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잘 극복해 나가고 있고, 다른 나라들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요즈음, 이 내용이 머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인이나 큰 리더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가족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큰 일에서 물러나게 할 때 많이 생각나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리더들이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여러 모습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리더가 되려는 사람에게 요구하고 있는 덕목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을 여자문제, 술이나 중독문제 등에서 얼마나 잘 관리해 왔는지,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서 자신의 소신을 져버리지는 않았는지, 가정의 부를 축적하기 위하여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이러한 문제들에 정말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을까? 예수님도 사람들이 죄를 심판할 것을 청한 한 여인에 대하여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로 치라’고 하셨다. 과연 털어서 먼지하나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만일 누군가는 사람들의 죄를 알고 있고, 그 정보가 사람들을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개인의 사생활이 있고, 그러한 사생활은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COVID-19에 대한 대응에서 개인의 정보가 정부에 의해서 수집되고 분석되는 것에 대해서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우리 시스템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기하였다. 물론 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일부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입법하여 제도화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우리 사회가 특히 리더가 되려는 사람의 도덕성과 그 가치관대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우 좋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들에 대한 그러한 검증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잘못에 대해서 너무 관대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의 죄를 다 파악하여 그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당당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사생활과 프라이버시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면, 그러한 부분이 개인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수 있다.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보장해 줄 것인가를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가 되려는 사람과 일반인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차이가 없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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