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방문 꺼릴 경우 재발 위험성
허성혁 교수 “24시간 진료체계 속 국가 차원 보상 시급”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이후 국내 의료기관의 내원환자 수는 상당한 감소를 보인 이후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시간을 다투는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뇌졸중'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골든타임을 확보해야하는 뇌졸중은 제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사진>는 최근 일간보사·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기존에 방문하던 외래환자가 줄었다”며 “약속된 병원 방문일자보다 1~2달 이상 지난 뒤에 내원하여 코로나가 무서워서 병원을 오지 못했다는 환자들이 여럿 있었다”고 밝혔다.

허성혁 교수는 “이런 상황 속에서 환자가 약을 제시간에 먹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도 봤다”며 “처방된 약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병원을 방문해 상태를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빠르게 망가져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응급처치와 지속적인 관리가 치료의 생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허성혁 교수도 뇌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시간’을 꼽았다. 우선 증상발생후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오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급성기를 지난 이후 점차 개선되는 증상도 많으므로 ‘시간’을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뇌졸중은 한번 생기면, 마비 등의 증상은 약 6개월 동안 점차 회복되지만 그 이후로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진단서를 발급하는 것도 6개월 이후에나 가능한데, 이는 바꾸어 말하면 6개월 정도는 좋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는 뇌졸중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응급 진료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또한,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등 여려 진료과 전문의가 통합적으로 진료하는 체계적 협진 시스템과 다학제 진료를 통해 뇌신경계질환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특히 뇌졸중집중치료실 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 급성기 뇌줄중 적정성평가에 뇌졸중집중치료실 운영 여부가 지표로 포함될 만큼, 뇌졸중집중치료실은 일반 병실과 치료 예후가 다르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 등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허성혁 교수는 “경희대병원 뇌졸중집중치료실은 타 병원 평균에 비해 약 2배 정도 큰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급성기 환자들을 보다 많이 수용할 수 있다”며 “또한 뇌졸중과 관련된 과끼리 유기적이고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있어 의료진간 소통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언급했다.

뇌졸중은 비인기 영역?···“국가 차원 보상체계 마련돼야”

뇌졸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병이기 때문에 24시간 진료를 봐야하는 상황이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문제시 되고 있다.

허성혁 교수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빨리 뛰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은 필수다”며 “뇌졸중을 전공한 의사는 온콜 등으로 끊임없이 대기를 해야 하는 근무환경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응급상황에 대한 보상이 미미해 비인기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중치료실 입원료가 일반병실료와 수가차이가 크지 않아 여러 차례 심평원에 건의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보상체계를 통한 지원이 따라준다면 국내 뇌졸중 치료 환경 개선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허 교수는 "뇌졸중 관련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식품의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근거가 없다"며 "현재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뇌졸중 발생률을 절반이상 충분히 낮출 수 있는 만큼, 허위광고에 현혹돼 근거없는 치료를 찾아다니며 병원에 방문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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