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 시·군·구의사회 설문 결과 정부 의료취약지 제도 겉돌아
성종호 정책이사 “지역별 의료 격차 결국 정부 지원 부족 따른 배치 불균형”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지정한 의료취약지 관련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내 의료와 주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료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으며, 의료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최근 정부가 지정한 의료취약지에 있는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정부의 의사 수 확대 정책과 동일한 목적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분만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99개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실시됐으며, 36개 시·군·구의사회가 설문에 참여했다.

의협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의 71%가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과 거주 여건(15%) 문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이 62%에 달해, 의료 취약지역의 열악한 교육 및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설문에 답한 시·군·구의사회 중 94%가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었으며, 이중 65%가 응급환자, 소아청소년환자,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10명 중 9명이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답해 사실상 의료취약지 제도와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시·군·구의사회의 61%가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10명 중 6명은 지정 자체를 동의하지 않아 이 제도 자체가 민간 참여 없이 정부 주도적으로만 시행되고 있었다는 게 의협 측 지적이다.

특히 의협은 의료 취쟈익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77%가 의료취약지 분야(응급, 소아, 분만)을 잘못 지정하거나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해 실제 지역 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설문조사 결과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발생이 의료인력 부족의문제가 아니라, 의료 및 교육 환경 등 의료취약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지역별·종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일방적 의사 증원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의료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과 같이 의료 인력에 대한 명확한 추계나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이 야기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없는 일방적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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