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투쟁 전개한 의료계…상호간 불신, 20년 넘게 이어져
비대면의료 도입·의대정원 확대·한방 첩약 건강보험 적용 이슈, 의정 갈등 재점화 

'잘못된 의약분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의약분업은 의료계가 대규모의 대정부 투쟁을 처음으로 실시한 때이기도 하다. 2000년 당시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은 거리로 뛰어 나와 전면투쟁을 시작했다.

전국의 병의원은 대부분 휴진했으며, 전공의들은 투쟁의 중심에 서서 의약분업 폐기를 촉구했다.

당시 비대위를 발족시킨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계속됐던 각종 대정부 투쟁에서 강한 영향력을 아직까지 발휘하고 있다.

당시 전공의들은 일반 동네의원 개업의와 달리 경영 압박을 받지 않고 기득권 세력이 아닌 개업전 의사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에 덜 민감해 정부와 아쉬움없이 협상에 나설 수 있었다.

의약분업은 의대생들 또한 투쟁에 나서게 했다. 당시 전국의 36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81명 대상으로 실시된 투표에서 2186명이 의사국시 응시하지 않는데 찬성하면서 2000년 의사국시는 3081명 중 단 278명만이 응시했다. 이들은 장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며 궐기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자퇴를 결의하기도 했다.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 삭발 모습.

정부도 강경 대응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이던 김재정 회장이 구속됐으며,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 신상진의권쟁취투쟁위원장 등이 잇달아 구속됐다.

김재정 전 회장과 한광수 전 회장은 법정 구속돼 실형이 집행됐으며 의사면허 또한 취소됐다. 이들은 2009년에야 면허를 재교부 받게 됐다.

이러한 정부 강경 대응의 기억은 지금까지 의료계에게 대정부 불신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 트라우마는 그간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의료민영화 등을 추진할 때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당시에도 개원가에서는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를 거부한다며 반대했지만, 병원계는 정부와의 협의 속에 보장성 강화를 추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구조는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한방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오는 7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보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대 신설 또한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빌미로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이 의료계 측의 주장이다.

이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5일 대회원서신을 통해 "전국 의사 무기한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면서 대정부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향후 여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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