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규탄 결의대회’ 28일 오후 2시 청계천 한빛광장서 개최
‘코로나19’ 사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해놓고 수백명 참여 집회 웬 말?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반발하고 있는 의사들이 수백명이 모이는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어 의료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사회원들에게 급박하게 일정을 밝혀 완벽하게 동력을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연일 평균 5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집단행동은 지양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동력 확보가 되지 않았는데 무계획적인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며,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5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의협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하게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미 집회 신고는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연간 500억원 규모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직역을 막론한 의사단체에서 연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백지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쏟아냈으며, 결국 의협에서는 집회 강행을 결정했다.

의사단체들이 ‘첩약 급여화’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안정성·유효성 등 임상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며, 과도하게 책정된 첩약 수가와 비합리적인 변증, 방제료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면서 심각한 상황인데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은커녕 수가협상마저도 결렬됐다”며 “정부가 당장 시급한 필수도 아닌 첩약 급여화에 대해 온갖 억지논리를 통해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안전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매년 500억씩 투입하는 시범사업이 졸속으로 강행되는 상황을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에게 알리려 한다”며 집회 취지를 밝혔다.

의협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석자들이 각종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 감염 전파의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행사과정도 간소화해 신속하게 진행한 후에 별도의 사후 회의나 모임 없이 폐회 후 즉시 해산할 계획이다.

◆갑작스런 수백명 참여 집회 우려 높아=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5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가 개최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의료계 내부적으로 정부의 첩약 급여화 강행에 대해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백명이 모이는 집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에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고 5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한다는 게 설득력이 있는가”라며 “집행부 임기 동안 투쟁력을 봤을 때 얻어내는 것 없이 국민들에게 욕만 먹을 집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만약이라도 집회 참여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의사들이 감염 전파를 진정시키기는커녕 확산시키는 상황이 발생해 의료전문가와 국민들과의 신뢰관계가 완벽하게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의협이 투쟁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시점에서 집회를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의협 전임 임원은 “시도의사회장들 모두를 설득하지 못한 집회에 의사회원들에게 나오라는 것은 코로나19 같은 국가 재난사태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행위”라며 “전략과 전술도 없이 갑작스럽게 집회를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의협은 정부의 정책 강행보다도 못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거나 회장들에게 알리기만 했지 정작 의사회원들의 동력확보를 위한 의협의 역할은 없었다”며 “먼저 집행부가 단식 등 강력한 모습으로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시도의사회장들을 설득해 의사회원들에게 먼저 알려는 행동력을 보여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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