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 연 ‘한미약품’, 국내 항암신약 주도권 가져온 '유한양행' 주목
12개 제약바이오기업, 병용 카드 ‘승부수’…빅파마 ‘러브콜’ 대기 

[의학신문·일간보사=김민지 기자] 항암신약 개발 기술력을 장착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의 러브콜을 받기 위한 세계 무대에 본격적인 출격을 앞두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가 29일부터 6월 2일까지 5일간 개최된다. 다만,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국내 항암신약 연구 역사는 짧은 편이다. 지난 2014년 한미약품이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로 글로벌 항암시장에 포문을 열었고, 유한양행과 신라젠 등 기술력을 장착한 신흥 항암분야 강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게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 항암제 역사를 다시 쓸 것만 같았던 한미약픔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는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8년 4월,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임상 3상을 전격 중단했다. 경쟁 제품인 ‘타그리소’가 등장해 올리타의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임상코드명 ‘YH25448’은 ASCO 무대를 통해 ‘레이저티닙’이라는 네이밍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 새로운 표적항암제로서의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미약품이 포기했던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의 역사를 새로 쓴 배경이다. 이 때부터 유한양행은 국내 항암신약 주도권을 가져왔다. 이는 얀센의 기술수출 러브콜로 이어졌다.

올해 ASCO에서도 유한양행에 거는 기대는 크다. 레이저티닙의 임상적 효능 및 안전성을 볼 때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후발주자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올해는 한미약픔, 유한양행 등 국내 항암신약 선두주자들을 필두로 녹십자, 신라젠, 메드팩토, 제넥신, 엔케이맥스, 파멥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지트리비앤티, 셀리드 등 12곳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10여곳의 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7개사가 병용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초기 임상 단계의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연구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비상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GC녹십자의 경우 초록이 ASCO 연례회의 발표 주제로 채택돼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개발 중인 표적항암 신약 ‘GC1118’과 기존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투여 임상 1b/2a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메드팩토는 공격성 섬유종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암신약 ‘백토서닙’과 ‘이마티닙’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한다.

제넥신은 재발·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상으로 ‘하이루킨-7’과 ‘키트루다’ 병용 임상 1b/2상 임상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

이 외에도 파멥신은 재발성 교모세포종 대상으로 신생혈관 저해제 ‘올린바시맵’과 ‘키트루다’ 병용 1b상 임상 중간 결과를, 지트리비엔티는 테모졸로이드 병용 교모세포종 임상 1상 결과를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간 빅파마들의 독무대였던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며 “종양학 영역은 여전히 언맷니즈가 강한 분야인 만큼 개발에 성공만 하면 글로벌 제약사 도약에 하이패스 티켓을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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