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개학-폐쇄 주먹구구 지적…감염 역학적 특성 고려 순차적 접근 필요
청와대 국민청원서 개학 연기 요구 많아…사실상 거리두기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27일(오늘)부터 초·중·고, 유치원생까지 대부분 등교 수업이 시작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물론 의료계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우선 개학이 실시된 이후 일부 교내서 확진자가 발생해 전교생이 귀가조치되거나 학교가 폐쇄되는 등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대구 수정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기숙사 입소 후 개학한 1일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교생이 귀가조치됐다.

이는 지난 20일 이태원 클럽과 집단감염과 연관된 고3 확진자 발생으로 전면 귀가조치됐던 인천시 5개구 66개교, 확진자 동선 파악이 어려워 등교를 연기했던 안성시 9개교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최근 긴급돌봄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한 유치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개학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당 유치원 인근 7곳 초등학교와 12곳 유치원의 등교 및 등원 일정이 애초 27일에서 오는 6월 1~3일로 연기됐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학교나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등교 중지 기간 및 원격수업 전환에 대한 결정을 해당 학교장과 교육청이 협의를 통해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역별 방역시스템이나 폭발적인 확진자 발생시 대처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개학의 준비가 덜 됐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는 지역별 감염현황 파악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순차적인 개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 지난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개학하고 감염자가 발생하면 폐쇄하는 등 일 벌어진 다음 수습하는 것부터 문제다”라며 “확진자 발생을 예측하는 프로토콜이 부족하기 때문에 즉각 대처 가능한 세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학을 하려면 감염 정도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굉장히 구체적인 접근이 먼저”라며 “단순히 일괄적인 개학이 아니라 감염의 역학적 특성을 감안해 전략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학으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 확진자가 폭증할 것을 대비해 지역별로 시스템은 갖춰졌는지 등 교육 현장 외의 방역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의협 측 입장이다.

국민 여론도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개학을 연기해달라’는 입장으로 쏠리고 있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개학 연기가 절실하다 △온/오프라인 수업과 등교 선택권을 보장해달라 △등교 강행을 중지해달라 등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개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다.

이들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교육부의 자가진단과 개학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렵다는 등을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각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A학생은 국민 청원을 통해 등교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화장실 사용, 점식 식사, 쉬는 시간 등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수업은 별로 듣지도 못하고 등하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A학생은 “현재 등교 개학이 바람직한 모습인지 의문이 든다”며 “학생들이 필요한 것은 등교 개학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수업 환경과 대학입시와 곤련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협에서는 교육부나 방역당국에서 개학과 관련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면 전문가단체로서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