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로 만성질환자 이동을 최소화하고 원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한시적으로 전화처방(fax 처방 등)을 인정하고 있으며, 중대본 조사 결과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전체 의료기관 중 과반 이상이 참여 또는 참여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나 원칙적인 대면 진료상황에서도 처방전은 관련 법규에 따른 정식 처방전이어야 하기에 의료현장에서는 전자처방전이 재조명되고 있다.

재조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미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처방 내역 또는 처방전 사본을 전자적으로 조제받을 약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자체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의료이용 시 진료대기부터 처방조제 완료에 이르기까지 병의원 및 약국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 환자 불편‧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단축하기 위한 방안 마련은 요양기관 경영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처방전 발급, 약국 방문 및 조제대기 시간 단축시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약국에서 처방정보 입력 시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많은 사업자가 전자처방전달서비스에 뛰어들었고, 초기에는 2차원 바코드, 처방전 스캐너 등 종이처방전을 리딩하는 방식으로 시작해서 수년 전부터는 키오스크, 모바일 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처방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약사법 제28조 제2항은 약사가 조제를 한 경우 처방전에 조제 연월일과 조제자 이름, 처방 변경 또는 수정 조제, 대체조제 내용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이 사 항이 전자문서로 작성되어 원처방전과 묶일 수 있어야 한다.

처방전은 전자처방전달서비스 업자나 약국이 아니라 반드시 환자에게 직접 교부하거나 발송해야 하고 이를 전달할 조제약국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에서 인정하는 공식 처방전이 아닌 처방 내역을 전달하는 방식은 조제의 예비행위, 일명 예비조제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노쇼(N o-s h o w)를 방지하기 위해 선 결제가 이루어지지만 사정이 생겨 결제를 취소하는 경우 보내진 처방내역이 망 속에 머물지 않고 즉시 삭제되어 환자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 부문은 시장의 실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 특 수성에 의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분야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나서야 할 정부가 계속 주저하기만 한다면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한 사업자들로 더욱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비용만 증가할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19 비대면 산업 육성 측면에서 기술에 시장이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시장이 필요로 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필 요하다. 그 런 의미에서 전자처방전 도입 및 전국의 모든 요양기관과 약국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자처방전달서비스 표준 마련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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