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상위법령 위임에 따라 정한 것…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판단
정액수가 진료 상한선 따른 환자 보건권·의료행위 선택권 등 기본권 침해 주장도 불인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외래 혈액투석의 의료급여 수가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과 제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한 신장학회 등 의료계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지난 23일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서 대한신장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를 명시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바탕으로 지난 2017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상대가치 점수제가 적용되어 매년 실시되는 수가협상을 통해 수가가 상승되는 행위별 수가제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와 달리, 정액수가제의 경우 상대가치점수제가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결정없이는 항상 그대로인 수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입원수가와 혈액투석 치료 수가가 정액수가제로 묶여있다.

정신질환자 입원수가의 경우 지난해 의료급여수가기준 개정으로 약제비 분리 청구를 허용했으며, 혈액투석 치료의 경우 혈액투석 환자에 대한 복합진료를 별도 산정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부 개선점이 있었으나 여전히 전반적인 입원·치료 비용에 대한 수가가 정액수가제에 묶여있어 진료수준을 상한선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혈액투석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제기한 대한신장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정액수가를 초과한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워 의료급여 환자들이 의료행위를 선택해 치료받을 의료행위선택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액수가 제도 자체를 볼 때 복지부 고시조항이 상위법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위임받지 않은 정액 수가를 규정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복지부 고시가 △명확성원칙 위배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 침해 등의 기본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같은 전문가 학회의 심판 청구 사유에 대해 먼저 정액수가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 6인에 따르면, 의료급여수가기준은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영역이어서 구체적인 수가기준을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거나,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이 행위별수가나 포괄수가만을 예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정액수가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수가기준과 그 계산방법을 정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액범위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도 정액범위조항에 사용된 ‘등’은 열거된 항목 외에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다른 조항과의 유기적 체계적 해석을 통해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정액수가제가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 볼 때,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성을 확보하여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급여 혈액투석 치료 환자들의 보건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객관적 내용의 최소한의 보장에도 못하거나, 국가가 국민의 보건권 등을 보호하는 데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행위 선택권 침해에 대해서는 “한정된 의료급여재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행 정액수가제와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