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술 시술 후 환아 뇌경련 증세…병원 측 설명의무 위반 2천만원 손배 주문
서울고법 “조영술 등 침습적 시술 시 부작용 설명해 환아의 시술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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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모야모야병 환아에게 조영술을 시술한 후 환아가 뇌경색 증세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일부 뒤집고 환아와 환아의 부모에게 2천만원의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병원에 주문했다.

환아의 자기 결정권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 등 설명의무를 병원이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6년 6월 당시 12세인 A양은 B병원에 내원해 뇌 MRI 검사 결과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은 후, 같은 달 17일 C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에 앞서 조영술을 시행 받았다. 이후 A양은 뇌경색으로 인한 경련 등을 일으켰다.

A양의 어머니는 C병원이 조영술 시행상 과실을 범했으며, 설명의무 위반을 했다는 이유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C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없고, 조영술 후 증상이 심해질 때 적절하게 처치를 한 점을 고려해 병원 측의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병원 측이 A양의 어머니에게 조영술을 왜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조영술에 대해 설명하고 시술동의서에 서명도 받았다며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원고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양의 어머니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진행했다. A양의 어머니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자신들에게 2억 9천여만원을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1심판결과 달리 C병원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모야모야병이 의심되는 환아에게 조영술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뇌경색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 환아에게 시술과정을 설명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다만 취학 전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신마취로 진정상태에서 시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C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주치의가 당시 12세인 A양에게 위 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와 그로 인해 뇌경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직접 설명한 진료기록상 기재를 찾기 어려운 문제점을 재판부는 지적했다.

아울러 시술동의서의 ‘진단에 관한 설명’ 항목 중 ‘상기 환자에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으나, 그 옆의 기재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영술 당시 담당하는 주치의가 시술과정이나 시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뇌경색 등의 위험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아와 그 보호자가 시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할 때 C병원이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기에 A양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따라서 C병원 의료진이 조영술을 시행함에 있어 A양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C병원 측은 A양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C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그치는 수준이며, C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위자료 산정에 있어서 참작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A양의 발병과 그로 인한 조영술의 경과, A양의 신체적 소인과 질병의 위험성, C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A양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 고통, A양의 나이와 가족관계, 그 밖에 이번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항을 참작하면, C병원이 A양에게 지불할 위자료의 액수는 2천만원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판결을 일부 뒤집고 A양에게 2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C병원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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