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데이터, 동식물 네트워크 정밀 조사…캐나다 AI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주효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지난 28일 미국 주요 언론들을 비롯한 외신들이 캐나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이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먼저 중국 우한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을 예측하고 경고했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들에 한발 앞서 질병 확산을 보고서로 발표하며 성공을 이룬 분석 기술을 가지게 된 배경과 국내 스타트업이 배울 점 등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앞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라이프시멘틱스)도 한국바이오협회와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의 혁신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개발된 사례로 블루닷을 지목하며 “우리나라도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관련 서비스가 발전해 국민들이 실감하는 의료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지난 2003년 홍콩에서 토론토로 확산되며 44명의 사망자와 20억 달러의 손실로 도시를 망친 SARS 발생이 시작되기 전에 현장을 찾은 당시 토론토 최대 병원 임상의이자 감염병 전문가 캄란 칸 박사는 이를 계기로 2013년 블루닷을 창업하고 병을 추적할 수 있는 더 나은 수단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감염병이 발생한 국가의 정부 공식발표와 현지 모니터링을 토대로 위험성을 결정하는 국제기구의 판단 기준과는 다르게, 블루닷의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질병 경고 시스템이다. 블로그 및 언론 보도나 항공 데이터, 동식물 질병에 관한 네트워크 등을 정밀 조사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위험 지대를 피하도록 클라이언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의료AI기업 한 연구원은 “블루닷 자체가 완전무결한 프로그램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며 “데이터가 기술을 앞서는 시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대규모 감염병은 결국 조기 경보가 생명인데 미래를 내다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정보를 다각도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앞으로 경쟁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강국, 캐나다가 빚은 AI 혁신 생태계

한편 블루닷처럼 혁신 기술을 창출하고 있는 AI 기업들의 등장 배경에는 캐나다 정부가 지난 2017년 3월 세계 최초로 발표한 국가 AI 발전전략이 있었다. 최근에는 각 지역의 혁신 클러스터를 연계하는 5대 슈퍼클러스터 이니셔티브를 통해 범 캐나다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토론토·몬트리올·에드먼턴·벤쿠버는 4대 AI 성지로 불릴 정도로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심층신경망 기반 딥러닝 기술이 발달돼 있고 AI 강화학습으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 연구소가 있으며, AR/VR 기술과 헬스케어 및 빅데이터 기술을 갖추고 컴퓨터 비전, 의사결정, 퀀텀 컴퓨팅 관련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캐나다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AI 원천기술에 대한 기초연구가 바탕이 됐으며 다양한 네트워크와 클러스터, 개방적인 도시환경 등이 경쟁력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우리나라의 AI 혁신 클러스터는 산업집적단지 개념을 넘어 글로벌 참여자와 유기적인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다수의 비영리형태의 AI 전문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캐나다의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의 AI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권위 있는 인간 중심의 AI 전문기관의 양성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었다. 개방적인 산·학·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인재의 양성과 선순환 관리를 실현하고 있는 부분도 선행돼야 하는 지점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