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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일각, 진료비 '총액계약제' 또 거론권순만 교수, "행위별 수가로는 입원 단축 등 비용 효율화 한계" 지적
공급자 책임 강화 방안-합리적인 의료이용 '인센티브제' 필요성 제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국민 의료비 급증·건보재정의 적자 예측 등으로 건강보험재정 관리 전반의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학계 일각에서 건보 재정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의료비의 '총액계약제 도입'과 '합리적 의료이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들고나와 주목된다.

이 같은 제안은 지난 4일 서울시립대학교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국민의료비와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 포럼에서 나왔다. 특히 이날 기조발제에서 최병호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내 건보재정 위기상황과 효율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서울대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진료비 총액계약제 도입방안을 적극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정부계획으로는 2018년 20.6조에서 오는 2023년 11.1조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전 김윤희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의 추계에 따르면, 2028년 36.4조의 적자를, 홍석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추계는 2030년에는 100조 적자를 예상하는 중이다.

최병호 교수는 “이 같은 위기에서 의료비용의 거시적 관리가 필요하며, 정부의 목표인 2022년 보장률 70%라는 단순 수치보다는 보장의 실효성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총액 계약제의 도입+합리적 의료이용 인센티브 제공=효율적인 의료비·건보재정 관리

권순만 교수

효율적 의료비 관리와 진료비지불제도 방안에 대해 발표한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관리의 거시적 측면에서 총액계약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일수가 가장 높으며, 인구 일인당 의사방문 횟수도 가장 높고, 과잉진단 문제도 나타나는 등 보건의료의 비효율에 직면했음을 권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권 교수는 “진료비 지불제도에 있어 대부분의 OEDC국가에서는 외래진료와 1차 의료기관에서 인두제를 주로 사용하되 전문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함께 사용하고 입원환자의 경우는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를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과기반지불제도(P4P), 묶음형지불제도 등 다양한 지불제도의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는 있으나 아직 외래와 입원 모두 행위별수가제에 전적으로 기반해 과잉진료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또한 권 교수는 국내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 중에 있는 신포괄수가제도 역시 이를 참조한 일본 DPC(Diagnostic Procedure Combination)제도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신포괄수가제도는 DPC에 비해 공급자가 행위를 변경할 인센티브가 빈약하다고 밝혔다.

신포괄수가제 DPC비교

구체적으로 DPC는 단기 입원 시 포괄수가 일당에서 15%를 가산하고, 장기입원 시는 15%의 감산으로 입원기간을 줄일 인센티브가 있으나, 신포괄수가제는 장단기 입원 시 단순한 행위별 수가제로 보상방식을 변경하는 데 그쳐 환자 입원기간의 감소 등 의료기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의료비 총액의 효율적 관리 방안으로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총액계약제 도입을 주장했다. 총액계약제는 지역별로 의료공급자 단체와 지불자 간 의료비 총액에 대한 계약을 한 후, 계약 총액 범위 내에서 의사나 약사에게 의료비나 약제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실제 의료비가 계약한 액수를 초과할 때, 초과분에 대해 이듬해의 수가 또는 지불금액의 조정 등을 하게 된다.

권순만 교수는 “총액계약제는 부문별 지역별로 의료비총액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며, 개별 기관에 예산을 할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비는 해당 공급자의 의료제공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액계약제는 각 섹터별 총액 범위를 놓고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협상을 열고, 협상 시 의료제공자 단체의 역할을 현재보다 강화해 책임감을 부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과잉 진료 등을 막고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지역별 배분을 통해 의료자원의 지역 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권 교수의 주장이다.

이어 발제에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위원은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국민에게 합리적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 등 알권리의 강화와 본인부담금 경감 등 인센티브의 제공을 주장하고 나섰다.

■ 의협, “총액계약제, 본받을만한 제도 아니다…문케어 부터 고쳐야"

학계의 주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의무이사(사진 왼쪽 다섯번째)는 “한국에 들어오는 진료비 지불 제도들의 왜곡에 대해 동의하지만 실제적으로 해외에서 사용 중인 제도중에 본받을만한 제도가 있는지 되려 묻고 싶다”면서 “독일이나 대만도 총액계약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총액계약제를 도입한 대표적 국가인 독일의 경우도 GDP대비 경상의료 지출이 11%로 한국보다 높은 상황이며, 한국보다 2배가량의 높은 보험료율을 나타내고 있다. 총액계약제 도입 대표국가 중 하나인 대만도 도입 이후 폐렴 등의 질환에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재입원률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

따라서 김대하 이사는 건보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새로운 진료비 지불제도의 도입 보다는 현행 보장성강화 제도의 보완·수정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급여화에 있어서 치료 시 효과나 비용경제성, 사회적 증대가치 등에 대해 우선순위를 따져야한다”면서 “지금의 문케어는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건강한 사람들이 원하는 급여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 부터 개선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원 기자  jwl@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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