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활동-'뇌 의과학 강의' 재능기부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사의 삶은 총 3막으로 진행된다는 속설이 있다. 의대생이 제1막이라면 졸업 후 수련과정이 제2막, 이후 기초 혹은 임상교수로 재직이 제3막에 해당된다. 그러나 정년 이후의 제4막에 관해서는 어떠한 정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의대 나흥식 생리학교실 교수는 국가와 사회를 위한 재능기부로 특별한 의사 인생 ‘제4막’의 행보를 제시하고 있다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는 지난 11일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를 만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취임 및 향후 거취 방향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 교수는 감각이상, 신경손상에 따른 신경병증성 통증의 유발기전 및 치료제 개발, 아토피 피부염의 유발기전 및 치료제 개발을 주 연구분야로 삼고 있으며,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과 한국 뇌연구협회 회장, 대한생리학회 이사장을 지내는 등 뇌과학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나흥식 교수는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위촉부터 대한생리학회 유당학술상 수상, 연세대와의 합동강의까지 정년을 앞둔 의대교수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나흥식 교수는 오는 2020년 2월 정년을 예정한 상태다.

이 정도 활동이면 석좌교수를 통해 의대에 몇 년 더 재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 교수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후배들을 위해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는 게 나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후학들이 필요 시는 언제든지 달려가겠지만 굳이 의대에 자리를 차지하면서 걸림돌은 되고 싶지 않다”면서 “자문역할이라면 얼마든지 하겠다. 최근 취임한 김영훈 차기 의료원장과도 정보교류를 하며 의학·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자문을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 이후 의사인생의 또 다른 막을 준비중인 나 교수의 행보는 모두 ‘재능기부’와 연관돼 있다. 추천을 통해 위촉됐기는 하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활동을 통해 기초과학 전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나 교수의 포부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과기부와 복지부 등 5개부처를 중심으로 20조에 달하는 우리나라 R&D 예산 심의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자문회의 밑에 소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소위원회에서 예산 집행 등에 관한 문서를 작성해서 자문회의에 올리게 된다. 위원장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염한웅 포항공대 교수가 자리해 있다. 이 외에도 각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나흥식 교수는 “의학발전에 있어서도 기초과학과 구분은 무의미하다. 융합의 시대에 맞춰 전반적인 기초과학을 끌러 올려야 하며, 향후 1년간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고대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18차례 수상했으며, 지난 2017년 한 언론사의 대학교수 평가에서 ‘강의왕’으로 선정되는 등 의과대학 내에서 강의의 달인으로 꼽히는 나흥식 교수는 본인의 강의력을 사회를 위해서 기부해 나갈 것이란 계획도 함께 밝혔다.

현재 나흥식 교수는 대학원과 의대 본과에서 4개의 수업을, 고려대 내 최고 인기 강의로 꼽히는 교양과목 등을 강의 중에 있다. 나 교수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밀도 높은 강의 방식을 추구한다.

나 교수는 “오는 28일 서초구청에서 구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 중에 있다. 주제는 4차혁명과 뇌 과학분야”라며 “이 밖에도 초중고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 교수에 따르면, 마지막 대학 고별강의 주제로 ‘나는 꼬리에 매달렸다’를 결정했다. 뇌 의과학자로 만성통증을 연구했던 그는 국내만의 통증 동물실험 모델로 쥐의 꼬리를 이용하는 방식을 개발해냈다. 위 논문은 미국 유명 통증 교과서와 독일의 유명의학서적사인 스프링거에도 상당한 분량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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