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법인은 대표적인 비영리법인으로서, 민법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의료법 제50조). 재단법인은 주주(사원)로 구성된 회사(사단법인)와는 달리 일정한 목적을 위해 출연된 재산(즉 재단)에 권리능력을 부여한 것이다. 이익을 분배받을 사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의료법인에는 지분이나 사원총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법인을 운영하기 위한 기관 즉 임원(이사, 감사)이 필요한데, 이러한 임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의료법인을 운영하는 기관일 뿐, 의료법인의 주인은 아니다.

또한 의료법인에는 주인이 없으므로, 의료법인이 해산되면 그 잔여재산은 정관에 지정된 자에게 귀속되고, 지정된 자가 없으면 국고에 귀속된다(민법 제80조). 결국 의료법인 설립자가 그의 모든 재산을 출연해서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설립 순간 의료법인은 그 설립자와는 별개의 법적 주체가 된다. 설립자는 의료법인의 주인이 아니므로 경영에 관여할 수 없고, 다만 의료법인의 임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만약, 의료법인의 임원이 의료법인 운영과 관련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법인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법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법인의 경영권(즉, 임원의 지위)을 제3자에게 유상으로 양도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할까?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인수나 합병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의료법인이 해산되더라도 법인 설립자는 그 잔여 재산을 회수할 수도 없다. 의료법인 설립자가 자신이 출연한 재산을 합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 막혀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의료법인 설립자가 임원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거래는 의료법인의 공익적 성격이나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대법원은 이러한 비영리법인의 경영권 유상 양도 행위가 형사상 처벌의 대상은 아니라고 하였다. 즉,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대법원은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ㆍ처벌하는 입법자의 결단이 없는 이상 사회복지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그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하여 향후 사회복지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사회복지법인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가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 운영권 양도계약에 따른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0도16681 판결). 그러자 이후 사회복지법이 개정되었다. 즉, 2017년 10월 24일 개정된 사회복지법은 사회복지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등 재산적 이익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회복지법이 개정된 이후에 의료법 개정 작업도 진행되었고, 결국 2019년 8월 27일 개정 의료법 제51조의2에 “누구든지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를 위반하여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하여 금품 등을 주고받거나 주고받을 것을 약속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의료법 제89조 제3호). 그리고 위 규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2019년 8월 27일 이후에는 의료법인의 경영권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내용의 계약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에 해당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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