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통증의학회 고도일 회장, “뇌졸중-감염 등 급성기 질환이나 암에 재정 투입 먼저”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환으로 MRI 급여화가 추진되면서 현재 뇌·뇌혈관까지 적용된 가운데 오는 11월 복부·흉부도 실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척추 MRI도 급여화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간 논의 중이나 신경외과 의사들은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척추의 경우 대부분 질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응증을 결정하기 모호하며, 필요에 따라 촬영횟수도 늘어나는 만큼 급여화된다면 막대한 보험재정 소요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대한신경통증의학회 고도일 회장<사진>은 지난 22일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고도일 회장에 따르면 앞선 뇌·뇌혈관 MRI 급여화 과정에서 책정된 수가를 본다면 척추의 경우도 의료계가 원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하지만 척추의 경우 뇌와 달리 대부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아 여기서 소요되는 재정으로 다른 중증질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의사-환자 모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고 회장의 지적이다.

즉 척추는 급성기 뇌졸중, 감염성 질환, 악성종양 등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당장 급하게 급여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고 회장은 “대학병원의 MRI 가동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환자의 대기도 함께 늘어났는데 척추 급여화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라며 “MRI보다는 오히려 항상 환자들이 대시하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재정 투입이 시급한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특히 장기적으로 척추 MRI 급여화보다는 중증질환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을 돕는 것이 더욱 실효적이라는 게 고 회장의 주장이다.

고 회장은 “의사들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환자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렇다면 중증질환을 앓고 경제적으로 파산을 맞이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척추 MRI 급여화를 미룬다고 지탄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보장성 강화의 기조는 중증질환자가 치료비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척추가 여기에 해당되는지,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어떠한 질환에 건보재정이 필요한지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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