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쏠림·동네의원 경영 악화 대안 제시
환자 건강정보 상시 확인 가치기반 의료 시스템 정착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상급병원 쏠림현상과 동네의원 경영 악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기반의 미래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미래의료로 실현하는 1차 의료 역량강화 토론회’에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사진>는 의료와 정보기술이 결합된 의료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1차 의료 역량강화를 강조했다.

홍 교수의 주장은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재정 여건 상 향후 노동을 담당해야 할 고령인구가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인 상급병원 쏠림 및 동네의원 경영 악화 현상을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정보기술이 결합된 1차 의료 기반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서두에서 홍 교수는 “206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파른 고령화에 따라 건강보험은 상당 부분 마이너스가 되고 있고 이런 부분 해결이 우리사회의 숙제”라며 “인구 연령 및 구조가 변화하는 사회를 우리가 어떻게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홍 교수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하는 최근(2017년) 인구구조는 지속 가능하지만 65세 인구가 32.8%에 달하는 2040년에는 고령자 부양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65~75세 인구가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는 생산연령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부터 앞으로 이어지는 문제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홍 교수는 ▲생산연령 확대 ▲플랫폼 기반 미래 의료 ▲도시혁명을 제시했다. 의료기반으로 도시구조를 재편하고 건강하게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기반 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앞으로 증가하는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에 대한 증가는 우리가 가닥을 못 잡고 있고 이것을 포함해 관리할 수 있는 미래가 플랫폼 기반의 정밀 의료”라며 “알츠하이머만 해도 유전적 다양한 요인에 의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데 유전자와 환경을 파악해 관리하지 않으면 정밀의료가 되지 않고 그러면 적절한 환자 관리가 안된다”고 기전을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일부 수치정보가 아니라) 앞으로는 사람 중심으로 정보가 생산돼야 한다”며 “각 사람이 갖고 있는 인체 내부의 (복합적) 질환적 정보, 사람·환자 중심으로 (정보가) 종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정보 파악을 위해 홍 교수는 거주자가 사는 주거지 중심,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플랫폼 기반 미래 의료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1차 의료 강화가 상급병원 쏠림 현상과 동네의원 경영 악화 현상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24%가 1~2차 병의원에서 정밀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길 환자로 인해 직업전문성 훼손 감정을 느낀 의사의 비율이 89.9%에 달했다.

홍 교수는 “환자들은 정밀장비 부족과 담당 의사의 실력 부족을 이유로 동네병원에 가지 않는다”며 “1차 의료 부분인 지역사회 의료 역량을 강화해 대학병원 쏠림을 해결하고, 지역사회 의사가 환자와 계약에 의해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되는 시스템이 되면서, 주치의가 상급의료기관 연계까지 가능한 시스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홍 교수는 진료 행위의 양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받는 한국식 제도와 환자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받는 영국의 제도가 아닌, 진료한 환자의 건강 결과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가치 기반 제도로 의료 체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가치기반 의료 시스템과 상급병원 쏠림 현상 해결을 포함한 1차 의료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 홍 교수가 제시한 종합적 대안은 정보기술 기반 의료 플랫폼 구축이다.

홍 교수는 “미래기술을 통해 거울(얼굴 인식), 화장실 변기(생체 시료 채취), 침대가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 정보가 플랫폼을 통해 관리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그가 구상한 시스템은 환자가 모니터링 장비를 갖고 건강 정보를 소유하며 주치의(지역 의사)는 환자와 계약에 의해 플랫폼 기반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단 모니터링 장비에서 전송되는 정보가 너무 많은 탓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정보가 처리돼야 하고 문제 상황을 알리는 시그널이 있을 시 주치의가 환자와 대면진료를 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정밀 장비 부족 문제 해결 및 상급의료기관과의 연계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검진공유센터를 통해 상급의료와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보면 지역사회 병원이 대학병원 못지 않은 시스템이 된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론회 환영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이나 면역체계교란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등은 우리에게 전혀 익숙한 질병이 아니고, 저출생, 고령화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이런 질병들은 치료법 개발을 넘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의료 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 의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 받고 있고,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병원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시민의 건강을 예방적으로 돌보는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구축을 적극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인구고령화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위주의 질병구조 변화를 야기하고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있어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움직임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 중심으로의 의료체계 변화는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이사장은 “일차 의료 중심의 만성질환관리, 주치의 제도에 이어 더 크게는 커뮤니티 케어 정착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서 의료기술을 적절히 접목시키면 건강보험과 보건의료체계, 또한 의료산업의 큰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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