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뢰 수가, 의료진 책임 가중 우려…상급종병 경증 예외경로 제한 범위 ‘촉각’
경증 실손 적용은 미정…일차의료 기능 강화 방안 빠져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사진 왼쪽)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4일 정부에서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과 관련, 의료계는 대책의 핵심은 상급종병의 중증강화로 귀결된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쟁점은 아직까지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서면 진료의뢰, 점차 퇴출 : 현재 진료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의원급에서 의뢰할 때 의뢰수가를 1만4000원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강화, 내년 상반기부터 영상정보를 첨부해 의뢰시에만 진료정보교류 수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물론 환자 개별 판단에 따른 진료의뢰에는 의뢰수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의뢰·회송제도를 도입하면서 일거에 한 시스템으로 다 가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선 서면과 전산, 두 가지 시스템을 병행해 운영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산만 존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뢰가 안 된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방문한 경우 건강보험에서 적용이 안된다. 또한 만약 환자 본인이 원해서 종이의뢰서를 들고 갈 경우 기관 간 의뢰한 환자보다 조금 대기가 더 길어진다든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게 된다.

이 경우 의사가 의뢰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의뢰에 대한 책임 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결국 환자의 선택 문제인데, 이를 의료인이 강제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의료진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급종병 경증 예외경로 제한 범위는? : 정부는 의뢰서 없이도 상급종합병원 급여 적용이 되는 사유에 대해 내년부터 예외경로 취지에 따라 특수환자 보호 목적은 고려하되, 불필요하게 경증환자가 진입하는 경우가 없는지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할 계획이다.

대상군은 응급환자, 분만, 치과, 장애인 등의 재활치료, 가정의학과, 해당기관 근무자, 혈우병환자로 복지부에 따르면 이들 환자 규모는 상급종합병원 진료 실인원(778만명) 대비 약 23%(182만명)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응급실 내원 환자의 경우 경증이거나 비응급 환자들의 경우에는 지금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다 본인이 부담하게끔 제도가 마련돼있는데, 복지부는 이들 환자에 대해 후속 진료 내지는 후속 입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경우, 상급종병 입장에서는 종합건강검진과 직원 복리후생체계 등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환자 쏠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긴 했지만, 예외경로의 순기능 또한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 의료계와 일부 환자들의 주장이어서 세부기준 설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상급종병 경증 기준만 마련된 상태…진료거부권 없이 강행 : 정부가 4일 제시한 상급종병의 경증 제한 기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증 외래·입원환자 절대기준이 각각 16%에서 14%, 17%에서 11%로 낮아졌다.

절대기준 또한 강화됐지만, 상급종병 도전 의료기관들에게 더욱 큰 장벽으로 다가오는 기준은 이번에 신설된 상대기준이다. 경증입원환자는 14∼8.4%, 경증외래환자는 11~4.5%인 경우 6∼10점이 차등배점된다. 상급종병 평가 시 권역 내 경쟁의료기관과 소수점까지 따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중요한 지정기준이다.

복지부는 3기 상급종합(42개) 중 상대평가 최고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관(8.4%이상, 4.5%이상)이 30여개(2018년도 실적기준)이므로, 경증환자 감축노력 유인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오는 환자를 막을 수 없는’ 경우다. 경증임에도 불구, 높은 본인부담과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서라도 상급종병을 이용하겠다는 환자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병원에게는 없다. 현행법상 진료거부권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에게 목표 기준만을 제시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는 반응이 상급종병 내에서 이미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의료 신뢰·기능 방안 부재 :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은 일선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단기대책 발표에서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기능 강화 방안은 사실상 제외됐다.

이에 대해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차의료에 대한 기능 강화가 사실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 만성질환통합관리나 교육상담 등 일차 의료에 종사하시는 의사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는데, 그게 전반적으로 다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존 발표 사업 외에 새로운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차의료 강화방안이 빠진 점은 현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관계가 원인이자, 향후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미 의협은 4일 복지부의 발표에도 불구, 이에 대한 논평을 5일로 미룬 상태다.

경증의 실손보험 적용 제한 : 현재 복지부는 금융위와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통해 경증질환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자칫 상급종병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의료계 전체를 대상으로 경증질환에 대한 실손보험의 보장성 약화가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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