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연구원, “진료거부금지 처벌조항 삭제 및 정당한 사유 명확화해야” 주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사들도 상황에 따라 폭행 등에 노출될 위험이 예상된다면 진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진료실 내 폭행과 의사 사망 사건 등이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경우 현행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 이얼 책임연구원은 4일 ‘진료거부금지 의무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의사들의 진료거부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얼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의료기관 내에서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불을 지르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수많은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심지어 의사가 사망한 경우도 있어 전 사회적으로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진료를 거부할 시 불이익이 있는 만큼 일부 환자로부터의 위협을 감내하고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물론 의료법상 진료거부가 가능하지만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어 법적 해석에 어려움이 있고, 사실상 진료거부금지 위반죄가 인정된 사례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진료거부금지 조항은 상징적으로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퇴원 조치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행정력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악용해 환자 측에서 의료인에게 마약류 의약품과 같은 부적절한 처방을 요구하거나, 의료기관에서 난동을 피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정당한 사유’를 명확하게 명시하거나 진료거부금지 의무와 이와 관련된 처벌조항을 삭제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도 의사법에서 진료거부금지 의무를 규정했으나 의사의 진료의무를 강조하기 위한 선언적 규정으로서 기능할 뿐 진료거부에 관한 처벌조항은 없다”며 “의료법 및 하위법령에서 정당한 사유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진료거부금지 의무는 직업 윤리적 의무인데 이를 범죄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금지 의무는 존속시키되, 의료법상 일반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금지 의무와 이에 관한 처벌조항은 삭제해 의료계약에 관한 불필요한 논쟁을 불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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