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 심층적으로 논의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제2회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 세미나가 ‘문학 속 질병, 질병학 속 문학’을 주제로 지난 24일 서울시 50+ 중부캠퍼스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의료의 핵심적이고 실제적인 영역인 질병학 속에 문학이 어떻게 들어와 활약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심층적으로 이뤄졌다.

의학과 문학접경연구소(소장 유형준 한림의대 명예교수)가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승하 중앙대 문창과 교수가 ‘시문학 속 질병: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시적 변모 양상 고찰’ ▲박재현 성균관의대 사회의학과 교수가 ‘소설문학 속 질병: 『페스트』 중심으로’ ▲유형준 한림의대 명예교수가 ‘질병학 속 문학의 재주’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문미란 시인의 시낭송 테라피도 시연됐다.

이승하 교수는 한하운 시인의 시세계를 다뤘다. ‘천형’이라 일컫는 병을 끌어안은 채 예술혼을 불태웠던 한하운의 시세계는 감정과 의식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고, 한하운이 한센병을 앓은 시인이라는 점보다 병의 진행 과정에 따른 심경 변화, 그것이 그의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재현 교수는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질병의 의미를 논의했다. 박 교수는 “페스트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떠날 수 없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부조리의 현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며 “페스트를 신이 내린 형별로 해석을 하는 사제의 모습, 페스트로 인해 인간이 겪는 다양한 고통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질병경험과 질병귀인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를 도모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형준 교수는 의학과 문학의 통섭 가능성을 논했다. 유 교수는 “의학과 문학이 통섭하려면 반드시 제3의 요인이, 제3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학과 문학은 그저 엇갈린 상황이고 제3의 고리가 엮어주어야 하는 보로메오 통섭의 꼴로 재주(在住)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유 교수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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