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논의없이 무리한 추진으로 결국 국민건강에 위해될 것'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약사사회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6일, 대한약사회는 현재 구상중인 원격의료 지원사업을 ‘국민건강에 위해는 물론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편법’으로 정의하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특히 약사사회는 지난 달 발표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곧바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장고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원격의료에 있어서 약사역할을 배제하고 방문간호사를 통한 대리처방·수령 방침을 밝히면서 결국,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것.

약사회 이광민 정책기획 실장은 “일부 지역에 대해 제한적인 원격의료는 의료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부득이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같은 전면적인 원격의료는 도저히 찬성할 수없다”면서 “정부가 약사는 물론 보건의료계와의 사전협의 없이 빠르게 추진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에 약계까지 반대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보건당국은 사업을 의약계의 거센반대에 직면하게 됐다.

이와함께 의약계는 환자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우려를 제기하면서 복지부가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목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를 통해 처방 후 증상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길 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지만 그 모든 책임은 결국 의료진에게 부과된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진료 및 가벼운 문진 정도만 진행할 수밖에 없어 사업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약사회에서는 간호사가 비록 전문의료인이기는 하지만 약학에 대한 비전문가인 만큼 대리처방 및 수령, 그리고 복약지도까지 담당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나아가 이는 결국 사업대상자들인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는 것.

이에 의약계가 국민 당초 복지부가 사업목표로 제시한 ‘의료취약지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 건강권 강화 나서겠다’는 복지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또한 의료계 내부에서 반대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사업참여 병원이 한곳으로 정해지자 정부는 최근 공중보건의사들의 활용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지자체공무원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지고있는 공보의들은 시범사업에 의문점이 있더라도 의견을 피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해당지역과 연계된 사업인 만큼 지자체는 물론 공보의들과도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범사업의 성격이기에 각 지역상황을 고려해서 합의하에 추진한다. 정부가 억지로 시킬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는 “사실상 병역의 의무를 이행중인 공보의들은 시범사업에 의문점이 있어도 이견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단체행동 등에도 제약이 있어 적극적인 거부의사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뿐만아니라 의료취약지에서는 지역의 특성상 이학검사나 충분한 문진, 약물 순응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대면진료에서도 쉽지 않았던 이문제가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공보의들에게는 향후 책임소재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가다듬어 지지않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한 시범사업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없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를 겪으면서 젊은 의사들인 공보의에게 부담이 전가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료계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이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결국 국민건강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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