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계표의 내원환자 누락으로 사실확인서의 내용 미비·전제 성립 불가 판단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내원일수 허위청구로 복지부로부터 1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의사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원심판결을 뒤집고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했다.

내원환자를 기록한 일계표가 의사가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아니며, 일계표에 누락된 내원환자가 존재함을 볼때 해당 사건에서 작성된 사실확인서의 전제(일계표에 모든 내원환자가 기록)가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실관계의 오해로 인한 재량권의 일탈 시 해당 행정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함을 고려해 법원은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의사 A씨는 부산의 B의원을 운영하던 중 복지부로부터 지난 2012년 10월 25일부터 2012년 11월 2일까지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복지부는 A씨가 실제 내원해 진료한 사실이 없음에도 내원해 진료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진찰료, 검사료 등을 거짓 청구해 29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복지부는 A씨의 현지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 제출을 참작해 일부 사례를 제외한 2500여만원의 부당청구액을 인정하고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1장 제1호에 근거해 A씨에게 5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복지부에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유로 이 같은 복지부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이를 수용해 2016년 6월 A씨에게 1억 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건 당시 B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C씨는 내원환자가 누락된 경우가 없었으며, 진료받으러 온 환자의 경우 무료진료의 경우도 기재했던 것으로 작성된 사실확인서에 서명했다. A씨 또한 청구된 환자들이 실제 당일 내원하지 않았음에도 만성질환 환자 등 약품수량이 많아 처방을 나눠 내원하지 않은 날에 내원한 진료기록부에 청구했다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복지부의 처분은 일계표에 기재되지 않은 환자들이 모두 내원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처분사유를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일계표는 입금액을 기재한 서류로 실제 내원한 환자들이 착오로 기재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A씨는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잘못된 전제에 기초해 부당청구액과 과징금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계표에 기재되지 않은 환자가 내원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만성질환자로서 처방약이 많고 먼 거리에서 B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한꺼번에 처방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의 처분이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사실확인서를 자필로 작성했으며,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상대방으로부터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받았다면 확인서의 증거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복지부가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간호조무사와 A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가 내용이 미비해 구체적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일계표는 B의원의 진료비 내역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한 것이며, 의사가 반드시 작성해야하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일계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환자가 실제로 내원한 사실이 있다는 점이 다른 진료기록을 통해 밝혀져 있는 점 등을 더해보면, 사실확인서의 기초가 되는 일계표에 내원환자 전부가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전제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과 관련해서 2심 재판부는 일계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환자가 있음을 볼 때 사실관계를 중대하게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량권의 일탈 시 해당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하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때 A씨에게 내려진 복지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전부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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