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질환 회송 기능 활성화·입원전담 전문의 배치 등 평가 기준 제시
진료권역 세분화-재설정으로 상급종병 수 증가 전망…병원계는 '부담'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복지부가 최근 서울대 김윤 교수의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 연구'를 상급종병 지정 평가의 개선에 참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연구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복지부가 다가올 4차 상급종병 지정 평가에 해당 연구 내용을 어느정도 반영할지도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규제 개선 추진과제의 일환으로 상급종병 거점병원 역할 강화를 예고했다. 복지부는 기존의 권역별 상급종합병원 지정 방식이 평가기준 고착화 및 학습화된 평가로 인해 거점병원의 역할과 중증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제도의 취지가 약화됐다고 평가했고, 이에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지표의 변별력 향상과 평가의 합리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 연구'(연구책임자 김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를 통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주도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실시됐다. 해당 연구 보고서는 상급종합병원이 권역의료체계의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능을 진료측면, 의료전달체계 측면, 교육연구측면 3개 영역에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항목과 지표를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전체 평가 기준에서 질병군별 환자 구성비 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전문화된 진료, 의료 질, 전달체계, 교육과 연구 부문의 점수 비중을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의료기관 유형별 적정 질환을 설정해 평가할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현재 상급종병의 경증질환 입원 회송률과 외래 회송률이 각각 평균 19.3%와 7%로 매우 낮음을 지적하고, 상위 의료기관의 경증질환 진료 비중을 줄이기 위해 경증질환 의뢰·회송 기능을 활성화 할 것을 상급종병 지정 평가지표로 제시했다.

또한 해당 연구 보고서는 ▲진료량-진료결과 관계가 존재하는 질환 및 시술에서 기준 진료량 충족 여부 ▲ 상급종병의 질환 및 시술별 기준 진료량 충족 여부 ▲중환자실 평가등급 ▲중증도 보정 사망률 개선 ▲ 환자안전을 위한 교육과 연구 ▲입원전담 전문의 배치 수준 등을 상급종병 지정 평가 시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진료권역의 재설정 통한 상급종병 수 증가 전망

김윤 교수의 연구는 3차 상급종병 지정에서 광범위한 진료권 설정으로 인해 동일 진료권역 내 대도심 중심의 상급종병지정 쏠림현상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현재 진료권역은 서울권, 경기 서북부권, 경기 남부권, 강원권 등 10개 권역으로 나뉘어 졌으며, 실제 경북권역에서는 3기 지정기관 5개소 모두 대구에 소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의료이용 중심의 의료생활권 도출 방법론을 이용해 세분화된 2개의 새로운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을 제안했다. ‘진료권 가‘에서는 강원도와 경북이 영동·영서로 분리되었으며, 경북 영동지방이 울산과 합쳐진 것이 특징이었다. ’진료권 나’에서는 강원도 영서지방이 춘천과 원주를 중심으로 하는 두 진료권으로 분리되고 경북 영서지방이 안동과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두 진료권으로 분리되었다.

왼쪽부터 진료권 가 분포-진료권 나 분포

또한 다양한 DRG A(전문질환 군) 비율을 가정했을 때 현재 42개인 3기 상급종병 수보다 두 진료권 모두에서 상급종병 지정 기관이 증가했다. ‘진료권 가‘에서는 최소 46개에서 최대 58개의 병원이 상급종병으로 지정되었으며, ’진료권 나’에서는 최소 49개에서 최대 59개가 지정됐다.

보고서는 “진료권 분석 결과 광주-전남 권역과 경북 영동(포항)권역에서 상급종합병원 급 병원이 필요하다. 광주-전남 권역은 소요 병상 수 대비 후보병원이 적고 경북 영동(포항) 권역은 후보병원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지부, “4차 상급종병 기준 반영 정도 공개 아직”…병원계는 입원전담 전문의 항목 ‘부담’

복지부는 2021년부터 실시되는 4차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해 김윤 교수의 연구를 어느정도를 반영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김윤 교수가 제시한 상급종병 지정 평가 기준을 4차 상급종병 지정에 어디까지 반영할 지는 공식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시뮬레이션도 여러차례 돌리고 있으나 아직 어느정도를 반영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정 기준 공개와 관련해서도 당초 지정기준을 확정한 후 8월 중순 설명회 개최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현재는 유동적인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 과장은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못한 점이 있다. 설명회 개최 시기가 유동적”이라면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지정 기준을 공고함을 고려할 때, 이미 지정 기준을 선공개하고 의견수렴을 받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늦어진 감이 있다. 최대한 빠르게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 교수의 연구 결과와 관련해 병원계는 입원전담 전문의 배치 수준 항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A대학병원 병원장은 “입원전담 전문의 항목을 기준으로 넣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신분보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입원전담전문의를 실제 구하기 힘들다는 점”라면서 “이 항목이 4차 상급종병 지정 기준에 포함된다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B대학병원 병원장도 “부담되는 항목 하나를 꼽자면 입원전담 전문의”라면서 “진료권역 재설정도 4차 평가부터 실시된다면 병원이 위치한 지역 간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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