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의료비 급격한 증가 추세 속 국고지원금 비중은 지속 하락
전문가들 국회토론회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한 목소리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국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건보료 예상수입액 20% 상당의 법정 금액을 지원하는 등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개회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년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실제 국고지원금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며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재정 운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지급계획과 함께 재정적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건강보험 운영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안정적 재정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문재인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2%에서 70%로 확대하는 건강보험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며 “보장률의 안정적 확대를 통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현재 국고지원 비율인 13.3%를 법정 국고지원 비율인 20%로 확대해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자료집을 통해 인사말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의 첫 순서에서는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건강 보험 재원의 국가책임 준수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문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 규모(GDP 대

정현선 교수.

비 경상의료비)는 1990년 7.3조원(3.7%), 2000년 25.4조원(4.0%), 2010년 89.7조원(6.2%), 2018년 144.4조원(8.1%)으로 급속히 증가해왔다.

경상의료비 증가율도 2010년까지 두 자릿수였지만 2011년 6.5%, 2012년 5.7%로 둔화하는 듯하더니, 2013년부터 반전해 2018년 9.7%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는 부족할뿐더러 세계적 추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한국은 공재원비율이 59.8%에 불과해 OECD 평균인 73.6%나 사회보험형 국가의 평균 72.9%보다 아주 낮다”며 “그중 정부 재원의 비중은 10.4%로 OECD 평균 36.1% 및 사회보험형 국가 평균 13.6%에 비해 낮다”고 통계를 제시했다.

이어 그는 “사회보험형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건강보험재원의 비중이 60.1%에서 58.7%로 낮아지고 반면에 정부 재원이 2010년 12.8%에서 2017년 13.6%로 높아졌다”고 비교·분석했다.

더불어 정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국고지원금 비중이 낮아지고 보험료 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점을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국고지원금의 비중은 2010년 14.3%에서 2013년 12.3%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2015년 13.3%까지 약간 높아진 후, 2018년 11.4%까지 계속 하락했다.

반면에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보험료의 비중은 2010년 83.8%에서 2012년 85.7%까지 높아졌다가 다시 2014년 82.3%까지 낮아진 후, 2018년 86.4%로 계속 높아졌다.

정 교수는 “전체 건강보험보장률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나 정치적으로 70% 수준의 건강보험보장률은 최소한 달성해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장률지표의 분모에 이미 포함되었던 급여 및 비급여 항목의 지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문재인 케어에서 계획하고 있는 보험재정의 투입으로 보장률 70% 달성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장률 70% 달성에 대한 방안으로 정 교수는 누적 적립금의 우선 소모를 제시했다. 누적 적립금을 지금처럼 많이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은 단기 보험이므로 누적 적립금을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보험자의 풀이 작던 2000년 이전의 다수 조합 시대에는 많은 적립금을 확보해야 보험금 지불에 지장이 없었지만, 전국민을 풀로 하는 단일보험자 시대에서는 1~2달치 정도의 적립금만 유지해도 제도 운영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불필요하게 큰 누적 적립금은 항시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국고로부터 건보에 지원할 필요성 내지 긴급성을 줄인다”며 “보장성 강화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 이전에 누적 적립금을 1개월 남짓의 지출에 해당하는 10조원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통념을 뒤집었다.

정형선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국고지원을 가로막는 문제점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도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국고지원금액 산정기준의 불명료성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국고지원금액의 산정방식을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으로 하다보니 보험료의 결정 시기가 예산 편성 및 심의 시기와 맞지 않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 예상수입액이 과소 추계되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으로 인해 보험재정에 대한 지원액이 과소하게 산정되고 결과적으로 미지급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고 비판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규범적 차원에서 의료를 공공재로서 규정하려면 의료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지불한다는 동의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정부가 진행 중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은 많은 재원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료에 대한 국고 지원은 필수적인 부분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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