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기반 의료 특수성 외면”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절차적 잘못 시정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사산아 유도분만 중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대구지법이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에 대해 의협이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9일 “13만 전체 회원의 뜻을 모아 의료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각성 그리고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며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해결을 촉진하고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보건환경과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의료분쟁특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끝까지 애쓰던 의사를 구속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가 잠재적 전과자가 될 뿐만 아니라 의료 인프라는 붕괴될 것”이라며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하급심 법원의 법정구속 관행 등 절차적 잘못부터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하며,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의료체계의 근간이 붕괴되는 사태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2016년 산부인과 전문의가 복통 등으로 내원한 산모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태아가 사망했음을 확인하고, 사산된 태아를 질식 분만하기 위해 입원한 산모 환자의 양수파막 시술 이후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한 시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수 분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의사와 간호사가 산모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했더라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의사 등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피해자가 수술 이후 상당한 양의 출혈을 동반했으나 병원 측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유죄로 판단하고 금고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켰다.

의협은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대다수 소송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듯이, 환자의 증상이 확정적으로 태반조기박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고 이로 인해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등 이 사건 1심 판결과 동일한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태반조기박리에 따른 징후와 증상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산모 환자의 경우 부검감정서 및 법정진술을 통해 은폐형 태반조기박리로 판단돼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 자체가 매우 힘든 사안”이라며 “1심 재판부에서 인정했듯이 산모 환자가 내원할 당시에 이미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다거나 그 증상이 발현돼 있었다고 단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사를 판결 확정 전에 법정 구속한 2심 판결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함으로써, 선한 의도로 이뤄지는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의료현실을 망각한 것이며 나아가 의료계의 앞날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지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분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가 미필적 고의의 살인범과 마찬가지로 취급돼 고소를 당하고, 악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받고 판결 확정 전에 구속까지 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모든 의사들은 결국 잠재적 전과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의사들은 더 이상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수술현장을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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