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은폐’ 등 도덕성 지적서 ‘허가내용 하자-안전성’ 문제제기로 선회
법적대응 염두에 둔 포석 풀이…‘고의성 입증 증거 찾기에 실패’ 해석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인보사 허가취소와 관련, 식약처의 법령 적용이나 대응논리, 그리고 발표형식 등 대응자세까지 지난 5월 허가취소 발표 때와는 사뭇 달라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당사자인 코오롱생명과학 조차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 이다. 특히 그동안 문제시해 왔던 ‘고의 은폐’ 등 도덕성 문제를 전혀 거론치 않아 향후 법적대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풀이를 낳고 있다. 즉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2액 교체에 대한 고의성 입증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선 식약처는 이번 발표에서 허가취소 사유로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님에도 2액을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 신청해 품목 허가를 받았고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이 있다는 등을 적시했다. 약사법 제31조제2항의 ‘행정행위 성립상 하자로 인한 직권취소’를 적용한 것.

이는 5월 취소 발표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에는 허가취소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로 ▲허가 당시 허위사실을 제출 ▲허가 전 추가확인 사항 미제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한 근거미흡 등을 지적했다.

당시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부연설명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허위였다“거나 “미국 코오롱티슈진의 현지실사 결과, 2액안에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코오롱측은 이를 숨기고 관련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인보사 허가 취소가 코오롱의 ‘고의 은폐’에 방점이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약사법 제76조 제1항 2의2는 ‘거짓이나 그밖에 부정한 방법’이 동원될 경우 품목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이점은 또 있다. 지난 5월 발표 때는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안전성·유효성 문제가 거론될 때 허가과정에 이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오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일체 도덕적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연골세포가 아니라는 점에 기인한 관련 조항을 허가취소 사유로 적시했다. 특히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바뀐 2액 세포인 신장유래세포가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이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것.

취소 사유만 바뀐 게 아니다. ‘허가 취소’ 발표 방식도 많이 다르다. 지난 5월엔 보도자료 배포에 기자회견까지 마련,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부연 설명하는 등 대대적 홍보에 나선 반면, 이번엔 식약처 홈피의 ‘행정처분’란에 사실관계만 간략히 게재하고 기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절차를 대신 했다. 따로 보도자료나 참고자료는 일체 없었다.

인보사 허가취소와 관련한 이 같은 식약처의 달라진 대응은 최근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의 ‘도덕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명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우석 대표는 보건의료 전문지와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고의 은폐는 결코 없었다’며 다수의 증거 사례를 제시하며 항변했었다. 향후 법정다툼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고의 은폐’를 입증할만한 설득력있는 증거를 찾지 못한 식약처가 사실관계가 명확한 부분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허가취소 사유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안전성·유효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풀이이다.

한편 당사자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변화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도덕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던 식약처가 이번엔 전혀 거론치 않아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다. 어떤 의미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앞으로 법으로 다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장 시급한 것은 환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회사는 환자와 관련한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늘(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우석 대표가 나서 ‘환자 안전관리 종합대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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