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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낙태죄 헌재결정 이후 상황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 이명진 의사평론가(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2019년 4월 11일 새로운 멤버로 채워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합헌판결 이후 7대 2라는 압도적인 위헌 결정에 많은 생명운동단체와 종교계, 법조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헌재 재판관들이 아무리 편향된 구성을 이루고 있더라도 다들 설마 했었다.

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은 부산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2013년 11월 1일경부터 2015년 7월 3일경까지 69회에 걸쳐 낙태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이 의사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배경에는 형법 269조와 270조뿐만 아니라, 모자보건법과 시행령이 있다. 모자보건법은 1973년에 국민적 합의 절차 없이 비상 국무회의에서 제정된 법이다.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이지만 처벌하지 않는 예외조항)를 적용해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국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게 된 것은 당시 4.5로 높았던 출산율 때문이다. 실은 모자보건법은 출산억제책을 목적으로 제정된 낙태 촉진법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을 펴던 시절에 낙태를 장려해서라도 출산율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출산율은 10여년 만에 2 이하로 떨어지는 사상 유례가 없는 감소율을 보이다 현재의 출산율 0.9의 초저출산 사회를 초래한 법률이다.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조계에서 여러 논쟁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73년 미국에서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판결인 로 대 웨이드 판결에 적용되었던 50년 전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낙태 찬성에서 낙태 반대와 생명존중의 방향으로 가는 역사의 진자가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뒷북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아무런 힘도 없고 약자 중의 약자인 태아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결정문은 생명존중에 대한 배려나 고민의 흔적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개정을 하라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상황이지만, 막상 내년 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책임 있게 법안 마련을 하는 국회의원도 없는 것 같다.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출산장려과에서 이정미 의원의 법안을 검토하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출산장려과와 낙태는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세계 거의 모든 의사회에서는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임신 12주 이하의 낙태를 허용하고, 낙태를 완전하게 허용한 나라는 몇 나라에 불과하다.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경우도 대부분 페미니즘을 내세운 여성단체나 여성들이지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전면에 나서서 헌법소원을 나선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아르헨티나와 몇 나라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할 수 없다고 시위하는 뉴스까지 접하고 있지만, 헌재 결정이후 아직까지 의사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청원 건 이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볼 수 없다.

이번 판결로 죄 없는 태아들이 분별없이 성을 즐긴 사람들의 책임을 안고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던 헌법을 무너뜨린 결정은 살인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우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세상이 도래했다. 미래의 국민인 태아의 생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있는데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나 국회나 의사단체 모두 어려운 문제를 적당히 여론의 눈치를 보아가며 피해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나 국회, 의사단체 다 신뢰하기 힘든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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