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강나방 등 벼해충도 먹어-생태계 공공재 역할 관심 고조

[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집박쥐를 활용해 모기 등 해충을 줄일 수 있는 체험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은 충남연구원과 22일부터 이틀간 충남 청양군 물여울농촌체험장에서 가진 ‘집박쥐와 함께 하는 녹색환경 만들기’ 체험행사가 그것이다.

농경지 내 서식하는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농약을 적게 쓰는 친환경 농업을 가능하게 해주고 나아가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들어주는 ‘생태계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크다.

국립생태원은 2016년 2월부터 10개월간 삼척, 문경, 안성, 함평, 제주 지역에서 긴날개박쥐, 관박쥐, 큰발윗수염박쥐, 집박쥐 등 4종을 대상으로 ‘식충성 박쥐의 생태연구’를 수행한 결과 몸무게 7~9g의 집박쥐가 매일 밤 1~3g 정도의 해충(모기 약 3,000마리)을 먹는 것을 확인했다.

집박쥐는 벼해충으로 알려진 멸강나방 속(멸강나방), 이화명나방 속(혹명나방), 멸구 속(흰등멸구) 등의 해충도 잡아먹는다. 농경지 내에 집박쥐가 산다면 살충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는 집박쥐의 이런 생태적 역할을 활용해 녹색 환경 조성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집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종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에 분포한다.

동굴에서 살아가는 동굴성(cave-dwelling) 박쥐와 달리 집박쥐는 한옥의 서까래나 벽 틈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주거성(house dwelling) 박쥐다.

집박쥐는 주로 인간의 주거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살며 해충 포식자로 역할을 해왔으나 주거환경의 변화로 서식지를 잃게 됐다.

이번 행사 참여자는 직접 만든 박쥐집을 농경지 주변에 설치해 박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행사는 식충성 박쥐의 생태 특성을 활용하여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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