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모든 세포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도 의심스러우니 정부에서 전면 재검증하라” “국회에 계류중인 ‘첨단재생의료법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규제완화 내용을 담고 있으니 폐기하라”

인보사 사태와 관련,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는 가운데 일부 보건의료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와 형사고발 입장을 발표했다. 또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인보사’ 투여 환자 3000여명 전원에 대한 15년간의 이상반응 여부 등 추적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과 소액주주들, 손해보험사 등의 고소·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보사 사태의 실체적 진실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도 이번 사태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연구 윤리,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엄정한 검증 원칙 등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을 다루는 업(業)의 특성상 보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이며, 투명해야한다는 점을 절감케 한다. 때문에 연구개발 프로세스와 인허가 행정 시스템 등 전반을 되돌아보고 느슨해졌거나 허술한 부분이 있다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 ‘통렬한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과 함께 개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이 탄생하는 모든 과정에서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의약품 시장에서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공정경쟁 확립 노력에 곁들여, 가장 기본이라고 할 개발생산에서의 연구윤리도 더욱 철저히 지켜나가는 ‘윤리경영’의 전방위적인 기업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해나갈 것이다.

다시금 제약바이오산업이 지닌 업의 본질을 새겨보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극히 일부의 사례, 특정 기업의 개별사례를 산업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시켜 매도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연구개발 역량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나아가 국민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1400조 세계 시장에서 국가 주력산업으로서의 국부창출 소명을 수행해야할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지원하기는커녕 다시 규제 만능주의로 회귀해 발목을 잡도록 요구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신약 개발에 평균 15년 이상의 기간, 3조원대의 비용이 든다. 하나의 신약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2천억원을 투자하고 수천 명의 연구자들이 길고도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들을 지새워야 한다. 그러고도 후보물질 탐색단계에서 최종의 신약이 탄생하는 확률은 1/9000(0.0001%)밖에 되지 않는다.

한 해에 의약품 하나로 전 세계에서 23조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의 신화는 로또처럼 거저 한순간의 기막힌 행운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보건안보의 사회적 역할과 더불어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경제적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제약바이오산업 특유의 기업가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수많은 실패가 성공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을 알아주는 사회적 분위기, 특정 기업이나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아 재촉하기보다 오랜 시간 내실을 다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마침내 꽃을 피우는 풀뿌리 국민산업으로서의 본질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채용 마당을 마련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과 함께 오는 9월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9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버팀목이자 우리나라의 차세대 선도산업으로 제 역할을 다하면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시대적 명제를 수행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다시한번 산업계는 연구윤리를 보다 엄정하게 지키고, 글로벌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에 보탬이 되는 쓴 약으로 이번 사태의 교훈을 삼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고 마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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