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실 상급병실료 및 뇌-뇌혈관 MRI 재정 지출액 분석 결과 최초 추계보다 상회
병의협, "추가 재정 6조 투입은 차기 정권에 재정 파탄을 넘기는 포퓰리즘 정책" 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당초 예상한 문재인 케어 건보재정 소요금액보다 실제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재정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패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재정 지출로 무마시키려고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최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통해서 2018년 새롭게 급여화 된 상복부초음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에 투입된 재정을 분석했다.

우선 지난해 4월부터 급여화가 시작된 상복부 초음파(EB441, EB442, EB401, EB402)는 지난해 10월까지의 7개월 간 진료금액이 138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입원(14%)과 외래(86%)의 비중을 고려하고, 요양기관 종별(의원54%, 나머지 46%) 비중을 고려하여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순수 건보공단의 부담금을 계산해보면 대략 약 869억원으로 추산됐다.

병의협은 “상복부초음파의 연간 건보재정 지출액은 약 1500억원으로 볼 때, 최초 정부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소요되는 건보재정을 연간 2400억원 정도로 추산한 것 보다는 적은 액수”라면서 “하지만 이는 초음파가 가장 많이 시행되는 연말과 연초의 진료량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고, 비급여의 급여화 항목 중 거의 최초로 시행되면서 초반에 의료계의 저항이 컸던 것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애초에 추산한 금액 정도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을 급여화 했던 상급병실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종별 및 간호등급에 따른 가산, 그리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는 경우까지 포함해(AB170~5, AB160~5, AB270~5, AB260~5, AO280, AO260) 진료금액을 조회한 결과, 지난해 10월까지 4개월간의 상급병실료 진료금액 총합이 약 178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평균적인 공단부담률 60%를 적용할 경우 4개월간 상급병실료로 건보재정에서 지출된 금액은 약 107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3210억원의 금액이 건보재정에서 지출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병의협은 “상급병실료를 급여화하면서 정부는 최초 연간 건보재정 부담액을 2173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이 금액보다 1000억원 이상 더 지출되는 액수”라며 “3210억원이라는 금액도 병상가동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연말과 연초가 아닌 시기의 금액을 1년으로 환산한 것이므로, 실제 연간 상급병실료의 건보재정 지출액의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급여화가 시작된 뇌-뇌혈관 MRI의 경우 총 27개의 관련 코드를 입력해 조회한 결과 지난해 10월 한달간 진료금액이 469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종별 평균을 감안해 공단부담률 50%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 약 235억원으로 나타났으며, 1년으로 환산해 뇌-뇌혈관 MRI의 연간 건보재정 지출액을 예상한 결과 약 2816억원으로 계산됐다.

병의협은 “정부가 뇌-뇌혈관 MRI를 급여화하면서 예상한 뇌-뇌혈관 MRI의 연간 건보재정 부담액은 128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계산보다 두 배 이상의 금액이 지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마저도 최초 시행한 1개월로 계산한 금액으로,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뇌-뇌혈관 MRI 촬영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뇌-뇌혈관 MRI로 인한 건보재정 부담액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급여화된 세 가지 항목만을 가지고 연간 건보재정 부담액을 추산해 본 결과 정부의 연간 부담금을 훨씬 상회하는 7626억여원이라는 금액이 계산됐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최초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정부가 소요재정을 추계한 금액을 살펴보면, 2019년 9658억원, 2020년 6915억원, 2021년 6305억원, 2022년 5905억원으로 나와 있다. 정부 예상대로하면 2020년부터는 신규재정을 전부 다 투입해도 상복부초음파, 상급병실료, 뇌-뇌혈관 MRI의 건보재정 부담액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2019년에도 하복부 및 비뇨생식기 초음파, 두경부 및 흉복부 MRI 등을 급여화 할 계획이며, 2020년에는 흉부 및 심장 초음파와 척추 MRI, 2021년에는 근골격계 MRI 등을 급여화 할 계획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의협은 “여기에 더해 초음파나 MRI 이외에도 다양한 질환과 응급 및 중증질환에 대한 등재비급여와 기준비급여의 급여화도 진행이 되고 있고, 의약품의 급여화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건보재정의 부담은 앞으로 계속 증가하게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책 실책을 감추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건보료를 더 많이 부과할 것을 병의협은 우려했다.

정부는 최근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하 건보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추가 재정 6조 4600억원을 포함하여 향후 5년간 41조 5800억원을 투입할 것을 예고했다.

병의협은 “계산한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최초 예상했던 재정 규모로는 문재인 케어를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지금까지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최대한 재정을 더 투입하고, 건보료를 더 많이 부과하여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기로 작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든 현 정권 임기 동안에는 막대한 세금과 건보료를 낭비하더라도 문재인 케어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하면서, 건보재정 파탄이라는 폭탄을 다음 정권에 넘기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병의협은 비판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에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의료계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병의협의 주장이다.

병의협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면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면서도 재정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보험체계 및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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