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어 부산시한의사회도 찬반투표서 첩약급여화 ‘반대’…제제 분업이 원인
최혁용 회장, 담화문 통해 ‘한약제제 분업논의 전면 중단’ 선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한의협이 최근 첩약급여화 추진을 두고 지부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한약) 제제분업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회원들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또한 최 회장은 첩약급여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회원들에게 호소했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의 첩약급여화와 한약제제 의약분업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총 투표자 903명 중 79.5%가 첩약급여화를 반대했으며, 20.5%가 찬성했다. 한약제제 보험의 의약분업 형태 실시에 대해서는 회원의 88%가 반대했고 12%가 찬성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시한의사회는 제제 의약분업과 첩약급여화에 관한 회원투표를 실시한 결과, 총 투표자 3585명 중 70.8%가 제제 의약분업에 반대했으며, 65.2%가 첩약급여화에 반대했다.

한의계 내부의 첩약급여화 반대 이유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나, 대표적으로는 중앙회의 한약 제제분업 추진과 한약사와 약사의 첩약급여화 참여에 대한 회원들의 거부감이 그 원인이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한약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약 제제분업을 추진하겠다고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최혁용 회장은 “한약 사용관련 직종간의 갈등이 있다보니 사용주체가 명확하지 못하다”며 “또한 개발의 주체도 불명확해 산업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약사들과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약제제 분업이 되도록 해 제제 산업화를 촉진 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이번 안건 논의과정에서 “중앙회는 약사나 한약사 등과 (한약급여화)협의체를 구성해 첩약급여화를 논의하고 있다”며 “사원총회에서 ‘비의료인과 함께하는 첩약의보’를 반대한 바 있는데, 이에 근거할 때 현재 중앙회는 총회결과에 반하는 행위 중”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한의사회의 첩약급여화 반대 측 또한 한약사 및 한조시약사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993년 조제권 분쟁 이후 한의사들과 약사, 한약사 등은 한약 분업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해왔다.

◆ 경북도,광주시,제주도한의사회, ‘한약제제분업 제외’ 조건부 첩약급여화 추진 촉구

서울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회원들의 반대의견을 수렴하거나 수렴예정인 가운데, 타 지역 한의사회는 첩약급여화의 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단, ‘한약제제분업에 대한 논의’를 우선 제외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광주시한의사회는 “현 집행부는 첩약 급여화와 제제의약분업을 연동하여 동시 추진해왔으나, 제제분업에 대한 회원들의 불안감과 의구심이 많음을 감안하여, 첩약 급여화가 안착될 때까지는 제제분업에 대한 논의를 멈추라”면서 “회원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첩약급여화가 성취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경북도 또한 제제분업 논의를 중단하고, 첩약 급여화를 반드시 달성하라고 촉구했다.

◆ 한의협, 한의계 ‘내홍’으로 비춰질까 걱정…한약제제 분업논의 중단으로 진화 나서

한의협은 위와 같은 회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사진)은 첩약급여화와 관련된 근래의 한의계 내홍을 두고 지난 3일 담화문을 통해 “내부 논의와 소통에 부족함이 많다”면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최종안이 회원 다수가 원하는 형태로 도출되는데 회무를 집중하고 그 결과를 전 회원 투표로 회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혁용 회장은 ‘모든 제제분업 정책의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이해상충 논란으로 회원분들의 우려를 야기하는 제제 분업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복지부 한약급여화협의체 내의 제제실무협의체에서에서 즉시 탈퇴하며, 제제실무협의체 개최를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 집행부의 이 같은 행보는 회원 불만 진화에 나서는 한편 첩약 급여화 추진에 대한 의지로도 해석된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회원들의 반대를 무마시키고, 첩약급여화 추진은 지키려면 제제분업 중단밖에는 답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혁용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현 시점에서 우리가 진실로 고민해야 할 것은 제제분업이 아니라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라면서 “15만원 이상의 관행수가 보전, 원내탕전 중심, 의약분업 불가라는 3가지 약속이 최종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탁드린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만큼은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혁용 회장의 제제분업 포기 선언이 게재된 후 한의계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한의계 관계자는 “찬반세력의 일부는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면서도 “제제분업 포기 선언으로 첩약급여화 논쟁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약 제제분업 포기 선언은 한약사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한의사들은 국민과 정부가 돈벌이 수단이냐’라며 한의협을 크게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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