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실패-영역침범 지속…의쟁투 중심 강경 투쟁 역량 결집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비롯한 각종 의료정책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 국회 법안까지 줄이어 발의되면서 의료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2020년도 유형별 수가협상만 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대한의사협회는 공급자 중 유일하게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실패를 맛봤다.

이같은 수가협상을 비롯한 각종 의정협상에서 의협은 지속적으로 ‘찬밥 신세’로 전락하면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의료인 타 직역에서 의사들의 진료영역까지 침범 당하는 시점에서 의료계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의료계 내부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배수진’을 각오로 투쟁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으며,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의쟁투 홍보분과 간사)은 “수가협상 등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의협이 협상보다는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이고 있다”며 “의협은 의쟁투를 중심으로 수면 위로 들어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의쟁투는 슬로건과 목표 설정 이후 홍보와 투쟁 동력을 모으는 방안 마련에 보다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의쟁투는 6월 중으로 대정부 투쟁의 기반이 될 홈페이지 제작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의사회원들의 투쟁 동력 모으기에 나설 전망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수가협상 결렬 이후 의협의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질책보다는 격려하고 힘을 실어줘야할 때라는 것이다.

◆투쟁 늘어지면 의사회원 지쳐…짧고 굵게 가야=다만 현재 의협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면서 투쟁에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투쟁이 늘어지면 의사회원들이 지칠 수도 있어 단기간 내에 보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투쟁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A시도의사회장은 “현재 의협 집행부나 의쟁투를 보면 투쟁에 다소 엉거주춤한 모습”이라며 “투쟁준비도 길어지고 있는데 이러다 의사회원들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결정과 확실하고, 강력한 한방을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쟁도 투쟁이지만 실속을 챙겨야한다는 의사회원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참여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협이 패싱을 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임원은 “의협이 건정심 불참을 고수해놓고 참여하는 것은 당장 창피할 수 있지만 의사회원들의 실익을 챙겨야하는 임무도 분명히 있다”라며 “의협이 강력한 투쟁을 할 생각이 없다면 정부와 협상에서 관계를 회복해나가고, 의사회원들의 실익을 챙겼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