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대리 행정업무는 위헌…익명 출산제, 불법체류자 자녀 한국 국적 취득 우려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의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 통보제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공무원도 행정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공무원법에 반하며, 위헌적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3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포용 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병의원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 통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출생 통보제도’는 부모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출생신고 시스템을 개선해 모든 출생 아동을 등록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 의료기관에서 출생을 회피하는 부작용도 막기 위해 ‘보호(익명) 출산제’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이러한 ‘출생 통보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국적, 나이, 이름, 신생아 이름 등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사실상 진료현장에서 의료인이 이러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것.

특히 불법체류자, 무국적자, 외국인, 싱글맘이 아이를 출산할 경우 의사는 산모가 알려준 출생신고 관련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는 게 산부인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즉 정확한 신고가 불가능하고 국내 가족관계에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보호(익명) 출산제’로 인해 불법 체류자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행정부담을 안기는 제도가 현재도 어려운 병의원의 경영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출산의 급격한 저하로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운영상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이때 이 제도는 추가 인력의 채용으로 산부인과 병의원의 재정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 폐업을 조장하게 되며, 분만 취약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회는 “최근 정부는 공무원 인원 확충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추진하는 바 이 제도를 수행할 인력으로 극히 일부 인원을 동사무소에 책정해 이 제도를 수행하는 것이 헌법, 의료법, 공무원법에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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