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 중증환자 위주 담당하도록 의료체계 등 재정립 나서야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장, 건보재정 감당 못하면 총액계약제 도입 불 보듯 뻔해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상급 종합병원은 쏠림 현상이 무척 심해진 데다 고객 불만은 높아져 막대한 시설투자가 들어가고 인건비 상승률이 높아졌다. 수술실 간호사들은 너무 힘들어서 사직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 변화로 인한 것이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사진>은 30일 오후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진행된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적자원관리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며 현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먼저 경증 환자들의 대학병원 쏠림현상에 대해 박 원장은 큰 우려를 내비쳤다. 중소병원에서 최근 대학병원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된 초반에는 내가 대학병원 경영에 탁월한 재능 있는 줄 알았는데, 지난해 가을 역대 최고의 진료 수입을 올렸는데도 어느 순간 기쁘지 않고 걱정되기 시작했다”며 “시설 공사를 하는 데도 병원이 미어터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대 안암병원의 쏠림현상의 사례로 제시하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내 삶은 우울하다’는 장문의 글이 병원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고대 안암병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94%에 달한다.

의료계의 의사·간호사 인력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 원장은 “정부는 인력들을 더 많이 배출하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의료계 인력들이 지방·중소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건보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건강하지 않게 비만하게 되고 있다”며 “정부가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해 원칙대로 상급 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위주로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것은 수가로 귀결된다. 수가가 건보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로 가면 총액 계약제로 갈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고 밝혔다.

발표 말미에 박종훈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장기적 청사진 부재를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2022년 이후 외국 의사를 수입한다는 계획이 2015년부터 다 나와 있었다. 반면 한국은 의료의 미래 청사진이 제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 애쓰거나 직역간 이기주의만 만연한다면 우리는 다 같이 망하게 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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