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딩 폭, 협상 불능 수준 설정되면 복지부로 공 넘길수도…"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협상 지속 명분 없다' 초유의 사태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종 수가협상을 앞두고 밴딩폭이 줄어 공급자 단체들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건보공단에서는 전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자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밴딩폭이 설정된다면 공단 협상단이 협상을 지속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결렬이 불가피하다는 것.

지난 29일, 당산 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진행된 2차 병협‧한의협‧치협 수가협상에서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재정소위에서는 논의를 통해 초기 밴딩폭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병호 위원장으로부터 공급자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가 나와 수가를 오히려 인하해야하는 수준이라는 점이 언급된 바 있다.

이에 강청희 이사는 “당시 소위에서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한 불안으로 건보재정건전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면서 “공단에서는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공단 재정은 예정된 적자고, 현금적자도 1778억에 불과하며, 앞으로 발생할 적자도 5개년 계획안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 적자임을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소위에 전달한 의견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위원들의 고유 판단이라 대답하기 어렵지만 작년보다는 줄어들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다만 최초로 제시된 밴드이기 때문에 최종결정이 아니라서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지난번 재정소위에서 논의된 밴딩 폭이 공급자 단체들과 원활한 협상을 이끌어 나가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

강청희 이사는 “지난 재정소위에서 밴딩폭이 결정돼 앞으로 원활한 협상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경우 공단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난감하다”면서 “우선 가입자와 공급자간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협상의 관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입자에 대한 설득도 할 필요가 있다”면서 “31일 재정소위에서 결정하는 최종 벤딩 결정을 보고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공단은 협상을 포기하고 복지부로 넘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강청희 이사는 수가협상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보험자로서의 고민도 함께 털어놨다.

“정부가 적정수가를 전제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2년 동안 지켜지지 않으면 정책 추진이 순조롭지 못할까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가입자들도 예정된 적자에 재정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고. 공급자도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정책 수행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정부담에 대한 가입자의 동의가 이뤄지고 공급자에겐 적정수가가 보장되고 환자에겐 적정진료가 제공되는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이사는 “다만 매년 수가인상 분을 결정하는 환산지수 협상을 두고 공급자들이 정부의 정책 협조에 따른 보상이나 배려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일정부분 무리는 있다”면서 “이에 대한 어느정도 분리와 이해가 필요함을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급자 단체들은 밴드 폭이 낮은 수준으로 설정돼 우려스럽다는 강청희 이사의 발언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모양새다.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부회장은 “협상분위기가 안 좋다. 다만 공단측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단과는 각을 세우고 싶지 않다”면서 “재정소위가 상당히 빡빡해 공단이 협상을 거의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협상이라는 것이 받는 쪽은 많이 받고 주는 쪽은 적게 주고 싶은 거라지만 이번에는 격차가 심각해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지금은 구체적으로 목표에 대한 수치를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내부분위기가 심각해서 호기 부릴때는 아닌것같다”고 언급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역시 “밴드가 상당히 작다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고민이 있다. 공단에서도 고민이 클것으로 느껴진다”면서 “밴드가 줄어들면 왜 줄어드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부회장은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오히려 공단측에서 그런 입장을 솔직히 말해줘서 감사한 부분도 있다”면서 “병협만이 아니더라도 각 단체들의 적정수가 보장을 위해서도 밴드규모는 현실화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마지막 남은 수가협상은 오는 31일 오후 3시부터 대한조산협회를 시작으로 당산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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