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혈액채취는 가능하나 현대의학 검사는 불가능" VS 韓, "혈구의 구조와 정보는 의과 독점 아니다"
복지부,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 및 비허용 관련 명확한 세부 지침 내놔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혈액검사 전면 실시 등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복지부가 내린 ‘한의사의 혈액검사 실시 유권해석’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한한의사협회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혈액검사의 전면 실시와 저출력 휴대용 엑스레이 사용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의료일원화 논의 불참 의사를 전하는 등 한의계의 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했다. 의협은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이라는 미명 하에,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의과의료행위를 하겠다는 불법적 선언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이번 논쟁에서 의협과 한의협의 주장이 가장 엇갈린 부분은, 한의사 혈액검사 실시에 대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이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복지부가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인정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지속적으로 혈액검사 실시의 근거를 제시했다.

최혁용 회장은 “한약 복용 전 간과 신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기저질환을 파악하려면 혈액검사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간기능과 전혈검사 등 환자 신체 건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이 같은 한의사의 혈액검사 실시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 2008년과 2009년 서울동부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각각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판례가 선고됐다.

또한 한의협이 주장하는 복지부의 유권해석 결과에 대해 의협 측은 “유권해석에서 말하는 혈액검사는 어혈과 점도를 확인하는 ‘한의학적 혈액검사’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은 “한의협은 복지부가 전혈검사나 간 기능 검사 등 의학적 검사를 허락한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복지부 유권해석 제각각…한의사 면허에 규정된 의료행위 인가가 관건

의협과 한의협의 유권해석 시각 차의 핵심은 '간 수치 검사 등이 한의사 면허에 규정된 의료행위에서 벗어나는 지' 여부다.

의협은 1995년부터 여러차례의 유권해석과 판례를 종합할 때 혈액검사 시 한의사의 채혈 및 한방치료 적 활용까지는 허용되나, 혈구나 혈액의 구조를 보겠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는 “한방의 진단과정에서 혈액의 구조를 보겠다는 것은 혈액검사를 의미하는데, 한방원리로 ALT 간 수치 검사가 가능한가에 대한 명확한 세부 조항이 복지부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의협이 안압기 등 5종 의료기기에 대한 헌재 판결을 끌고와, 자동적으로 수치화되어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 가능하며 혈액검사도 물론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 논리면 MRI도 자동화되고 있으니 아무나 쓸 수 있단 소리고, 심근경색을 판단하는 트로포닌 검사도 자동화되는데 이도 할 수 있단 소리다. 기본적으로 한방에 국한해 사용(혈액검사기를) 가능하다는 소리지, 혈액검사 전반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논리적인 비약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의협은 혈액에서 특정 성분에 대한 정량값을 얻는 기술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여러 성분의 정량 측정된 값들을 근거로 의학적, 한의학적 해석과 여러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로 구분되어지는 것일 뿐, 혈구의 구조나 혈구에 대한 정보는 의과의 독점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즉, 혈구의 구조나 혈구에 대한 정보 자체는 의학과 한의학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이러한 정보의 판단 방법에서 면허 허용 범위가 나뉜다는 뜻이다.

또한 1999년과 2016년에 복지부가 혈구나 혈액의 구조 등을 현대의학 방식으로 검사하는 것은 금지라고 내린 유권해석이,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뜻하는 것이 아닌 ‘생혈액검사’에 관한 응답이라고 한의협은 전했다. ‘생혈액검사’는 기존의 염색법과 달리, 염색을 하지 않고 살아 있는 혈액을 분석해 혈액을 구성하는 물질의 형태, 운동성과 기능 이상을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2012년 한의사 혈액검사 관련 복지부 유권해석

한의협 관계자는 “2012년에도 복지부는 진료와 관련해 경과를 확인하기 위한 단순검사로 혈액검사 활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복지부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복지부의 여러 답변 및 유권해석과 관련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자동 혈액검사기 사용만을 허가한다고 답변했을 뿐 이에 대한 세부 사항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다시 한번 유권해석을 통해 허용/비허용에 대한 명확한 세부 내용을 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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