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폐장·간장·신장·각막 기증…구조대원 큰형이 의료진에게 기증 제안해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요리사를 천직으로 알던 한 청년이 심장, 폐장, 간장, 신장, 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중식당 요리사인 박흥철(43세) 씨가 최근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상태가 돼 결국 지난 27일 장기기증을 했다고 29일 밝혔다.

故 박흥철 씨

故 박흥철 씨는 20년 동안 중식당 요리사를 천직으로 알고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일했으며, 한 직장에서도 15년을 근무할 만큼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주변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 여느 때와 다르게 출근할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사장이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진 박흥철 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부산 금정소방서 산성안전센터에서 일하던 그의 맏형인 박흥식 소방위는 평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구조 현장에서 일하는 탓에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해 오던 터라 동생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동생이 3~4일 전부터 자가 호흡이 안 됐고, 결국 뇌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듣자 고민 끝에 기증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큰형은 가족들을 설득했고 가족들도 그의 선택을 따랐다.

큰형인 박흥식 씨는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인이 혼동하는 뇌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고 이를 장기기증과 연결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특히 그의 동료 중에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어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뇌사상태인 동생이 장기기증을 통해 이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을 베풀고 가길 원했다.

그는 뇌사장기기증이라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은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큰형은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린 동생이 자랑스럽고 본인 또한 상황이 된다면 장기기증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큰형인 박흥식 씨는“내 동생은 비록 유명을 달리했지만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동생의 심장으로 다시 가슴이 뛴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명을 받으시는 분은 제2의 삶을 멋지게 남에게 선행을 베풀며 살기를 바란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가족의 결정으로 여러 생명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뇌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 점이 먼저 기증을 제안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조 원장은 이어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면서도 수혜 받을 환자들을 걱정해주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7일 기증을 한 故박흥철 씨의 장례는 김해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29일 발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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