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입국비 실태조사 결과 공개…왕따·레지던트 불이익·사용내역 불투명 등 문제점 심각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전공의들이 아직도 입국비 명목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금전을 요구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자정노력이 시급한 모양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 이승우)는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입국비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2월 약 2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 500여 명의 전공의가 응답했다.

설문 결과, 여전히 다수의 의국에서 관행적으로 입국비를 걷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96.1%가 입국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77.1%가 ‘현재 근무하는 병원의 다른 과’에 입국비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고 했다.

그 액수로는 △100~1000만 원이 66.1% △1000~5000만 원이 19.2% △50~100만 원 순이었으며, 5000만 원 이상도 3.3%에 달했고 1억 원 이상이라고 답한 전공의도 10명 존재했다.

이와 함께 ‘현재 근무하는 전공과’에 입국비 문화가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37.1%로 집계됐다.

내야 하는 입국비는 △100~1000만 원이 47.1% △50~100만 원이 16.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50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00만 원씩 현금 2회와 1년 치 밥값을 지불해야 했다’고 답했다.

입국비 지급 방식으로는 계좌이체가 70.8%로 가장 많았으며, 현금 13.7%, 본인 명의의 카드 7.8%가 뒤를 이었다.

기부금 명목으로 카메라, 컴퓨터 등 의국 물품을 구매하도록 종용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용내역이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실제로 응답자 중 입국비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 비율은 23.3%에 그쳐, 전공의 4명 중 3명이 자신이 낸 입국비의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된 것.

전공의들은 왕따나 교수님의 강요, 입국 불가 등의 불이익 때문에 입국비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A 전공의는 “입국비를 내지 않으면 분과 결정 시 원하는 곳이 아닌 분과를 선택하게끔 종용한다”고 답했다.

B 전공의는 “입국비를 내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라며 “안 낼 수 없으니 ‘내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국비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1.3%에 달했다.

아울러 전공의 72.3%가 의국 운영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병원에서 지원한다고 응답했지만, 병원 복지 차원에서 전공의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비용이나 혜택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4%에 불과했다.

대전협은 실제로 입국비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승우 회장은 “새로 입국하는 레지던트 1년차로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강요받았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와 다르지 않게 전문의를 취득하고 나가는 레지던트에게도 퇴국비를 걷는다는 제보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 이어 “일부 의국에서는 교수님이 먼저 이런 관행을 없애고자 노력해 사라지는 사례도 있고 병원 차원에서 의국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제는 학회와 수련병원이 앞장서서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전공의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잘못된 문화를 물려주지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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