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의 어린 환아가 사망했다. 어린아이들이 죽어간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정이 있었다. 비록 의료진들에게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담당 의료진들이나 유가족들이나 국민 모두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 왜 아이들이 4명이나 동시에 죽었는지 원인을 알고 싶은 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다섯 가지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첫째, 아이들의 사인을 밝히는 일이다.

8번의 공판 끝에 아이들의 사인이 오염된 지질영양주사제에 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4명의 아이가 동시간대에 숨진 것일까?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아이들의 사인을 밝히는 것은 피해자 부모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돌본 의료진과 모든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만약 아이들의 사인이 의료진에게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진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고, 해당 의료인은 그에 대한 법적 책임과 소속단체의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아이들의 사인이 제도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의료 환경개선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피해자 가족들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풀어지려면 반드시 사인이 밝혀져야 한다. 또한 그렇게 해야 사인과 관련이 없는 의료진들에 대한 억울한 누명도 벗을 수 있다.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고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질병관리본부의 잘못을 밝히는 일이다.

2017년 12월 19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3명의 신생아에서 검출된 항생제 내성 의심균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사망한 신생아 4명의 부검 검체에서 배양된 균의 유전자 지문이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오염원과 감염경로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른의료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질병관리본부의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연구소는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질본은 2018년 4월 26일에서야 뒤늦게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여기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발견됐다는 3명의 수액세트 중 실제 지질영양제에서 발견된 것은 단 1례에 불과했다. 다른 2례는 각각 다른 사망 환아의 50% 포도당 주사기와 중심 정맥관 팁에서 발견되었으며, 그나마도 질본 스스로 외부오염 가능성이 있다 판단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1명의 사망 환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제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머지 3명의 환아 역시 오염된 지질영양제가 사망원인이라 결론 내린 것이다.”

의심되는 부분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역학조사방법과 정확도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과오가 발견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성급하고 정확하지 않는 판단자료로 인해 의료진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잘못된 자료를 생성하게 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꼭 물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의료진에 대한 구속수사의 문제점을 밝히는 일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국민들이 보호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목소리 큰 사람과 힘을 가진 사람들의 기울어진 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극도의 공포 속에 살게 된다. 아이들의 사망이 병원 내에서 동시간대 발생했기에 어떤 원인인지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쉼표), 병원 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아이들의 사망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원인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구속수사를 진행하는 행태는 법치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론에 따라 판단하고 마구잡이로 구속 수사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의료진이 전문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중대한 과실을 범한 증거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속부터 하고 보는 반(反)법치주의 행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넷째,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사고 대처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사망한 후 이대병원장과 책임 관리자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동방식에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낀다. 하물며 아이를 잃은 유족들의 분노와 분한 마음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4명이 동시에 사망하는 큰 사고였기에 많이 당황하고 겁도 났겠지만, 병원 대표자와 관리자로서 취한 행동들은 매우 부적절했다. 병원 측은 유족들을 만나 먼저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지 투명하게 모든 조사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또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지면 이에 따른 공정하고 적절한 후속조치를 이행할 것을 천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라도 미흡하고 부적절한 이대병원의 문제들을 분석하고, 의료사고 시 환자나 피해자 가족들을 대하는 응대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병원 최고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공식 입장을 기대한다.

다섯째, 만약 사인을 밝히지 못한다면 왜 사인을 찾을 수 없었는지 원인을 밝히는 일이다.

아이는 분명히 동시간대에 사망했기에 분명 발생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법의학적 수사나 검사가 그렇듯이 처음 사건 발생 당시의 상황 보전과 증거 보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사건 발생 당시 수사관들의 행동들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나 자료들을 알아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이런 종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보전과 검사방법들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사망한 아이들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유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제라도 다섯 가지 과제를 꼭 해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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