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통해 일반인도 다수 반복 참여 가능…신뢰성 문제 야기
허술한 방식으로 통계 왜곡 우려…잘못된 결과 도출 가능성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의협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 중인 설문조사가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무한정 참여할 수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현재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개선요구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앞으로 협회가 나아갈 방향 설정에 있어 회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이번 설문을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통계 결과로 집계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은 의사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횟수에 상관없이 무한 반복적으로 설문에 참여할 수 있는 다소 허망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

확인 결과 설문조사 링크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만 있으면 23개 문항을 모두 확인·체크해 직접 제출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이용자 동의사항 확인에 체크한 후 설문 문항에 답변, 엉터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등록해도 정상적으로 참여가 된다. 특히,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몇번이고 반복적으로 설문에 응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유일하게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 항목인 ‘E-mail(이메일)’ 주소는 엉터리로 작성해도 제출이 완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해당 링크(http://www.doctorsnews.co.kr/eventConfig/html/event.html?eventcode=event32)는 대한정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 대한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등 일부 의료단체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파업 등의 대정부 투쟁에 앞서 의협이 진행하는 설문조사가 회원들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투쟁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게 일선 개원가의 우려.

경기도의 한 개원의 A씨는 “의사면허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설문조사의 경우 통계가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투쟁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없다”며 “불특정 다수 누구나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대정부 투쟁에 대한 회원 의견을 묻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런 식으로 허술한 방식을 통해 추진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신뢰성이 떨어지는 조사방식의 결과물은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이번 설문조사 방식이 앞선 의협 회장 선거에서 사용된 케이보팅(K-voting)과 같이 철저한 관리감독을 가능케한 시스템으로 실시됐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아울러 설문조사 결과가 자칫 의협 집행부가 원하는 투쟁 방향으로 활용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개원의 B씨는 “어설픈 조사방식으로 인해 왜곡된 통계는 목적이 불순하다면 악용될 수도 있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허술한 설문조사가 잘못된 결과를 도출해 의사 회원들의 생각과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번 논란 이전에 설문조사 문항이 지나치게 ‘투쟁’에 집중됐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어왔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성별과 연령대 등을 묻는 기본 문항을 제외하고 약 60%의 질문이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며 “어떤 의도로 질문 형태를 구성했는지 모르겠으나 특별한 의미가 없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회원 설문조사’는 의협 전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시작됐으며 오는 3월 3일 24시에 종료된다.

설문 문항 중 대다수에서 '투쟁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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