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첫 걸음부터 삐걱…의료법 위반 ‘논란’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ICT 규제 샌드박스에 첫 선정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를 원격의료로 규정하고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손목시계의 데이터를 의사가 원격으로 모니터링 해 환자에게 소견을 말하는 것이 원격의료라는 주장이다.

이에 복지부는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선을 통한 산업육성 기조에 걸림돌이 될까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이 손목시계의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들의 내원을 안내하고 병‧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옮겨 전원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활용 심장관리 서비스'가 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일환으로 조건부 실증특례에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환자를 웨어러블 기기로 데이터를 측정, 분석해 의료기관 내원과 전원을 안내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환자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관리를 효율성을 높이고자해도 의료법적인 근거가 불확실해 서비스제공을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실증특례지정으로 앞으로 환자들은 상시 심전도 측정이 가능해져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이상 징후 시에는 내원안내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면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안내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의사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측정된 환자의 심전도 정보를 대면진료 및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어 환자 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됐다.

위원회는 이번 특례에 대해 “원격진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의 건강증진 및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약 2000명 이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 제한된 범위에서 실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료계, ‘국민건강을 지키는 안전핀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우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의료계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약사, 의사, 한의사등 5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생명에 대한 안전핀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는 재앙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측은 “원격으로 모니터링한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전원안내를 하는 것도 의료행위로서 환자들은 원외에서, 의사는 원내에서 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현행 의료법의 위반”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업이 원격진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는 있지만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원격의료의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의료단체연합측은 “손목시계형 심전도측정기기는 아직 식약처의 제품허가가 나지도 않았다”며 “안전성, 정확성, 효용성 어느것도 입증되지 않고, 신의료기술평가도 거치지 않은 의료기술을 바로 중증심장질환자에게 사용하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의료단체연합측은 “특히 신제품의 임상은 기업에서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특례를 통해 의료기기 개발비용까지 환자들에게 전가되며 신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무력화됐다”며 “정부가 관련기술이라고 언급한 애플워치4의 기능도 미국에서는 정상인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만 제공할 뿐 심장질환자 관리목적으로는 불허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러한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돈벌이와 특허에 눈이 먼 고대 안암병원도 문제”라고 비판하고 “규제 샌드박스는 이제 국민건강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재앙의 판도라 상자가 되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이 재앙의 규제샌드박스를 계속 끌어안고 가는 한 국민건강과 안전은 더 이상 온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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