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 씨, 16살 아들 심장이식 받은 수혜자…불의의 사고로 뇌사 후 가족들 기증 결심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아들이 심장이식을 받은 수혜자였던 한 엄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상태 후 반대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감동 이야기가 화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조원현)은 최근 대전성모병원에서 자식이 삶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자식들을 사랑하던 두 아이의 엄마 김춘희(42)씨가 안타까운 사고로 뇌사상태가 돼 간장과 신장(좌·우)을 기증했다고 31일 밝혔다.

특히 그녀의 16살 된 아들은 지난해 심장이식을 받은 수혜자였다.

그 엄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뇌사상태가 됐고, 가족들이 본인들의 경험을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국내에 보고된 케이스가 재이식건 등 2~3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故 김춘희씨의 아들은 작년 희귀심장병을 판정받아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의 기능이 너무 나빠져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악화됐다.

뇌사장기기증은 일반 사람에게는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지만 故 김춘희 씨에게는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특히 누구에게나 단 하나밖에 없는 심장이식이었기에 천 번을 절해도 모자랄 나눔의 상징이었다.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 그냥 죽지 않고 기증을 결심해줘야만 아들이 다시 살 수 있다는 사실은 가족들에게 힘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들의 상태가 악화돼 가던 중 16살에 기적적으로 심장이식을 받게 됐다.

그 후 1년, 운명의 장난처럼 그 엄마가 안타까운 사로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됐고, 가족들은 이제는 반대로 누군가를 위해 기증을 결정해야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故 김춘희 씨.

아들이 고통 속에서 기증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그 마음이 이제는 기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자 그의 가족들은 모두 이름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됐다.

하지만 아들의 심장이식을 받고나서 만약 내가 뇌사라는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기증을 하고 싶다는 故김 춘희 씨의 생전 의사 표현이 있었고, 아들이 기증으로 살았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희망이 되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한 가족들이다.

그녀의 남편 노승규 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라며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는 않지만 기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증자 故 김춘희 씨의 발인은 보건복지부 장관명의의 화환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회복지사의 가족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기증 예우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故 김춘희 씨는 대전에서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나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에게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21살에 남편을 만나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으며,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힘든 업무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희생하고 아낄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한다.

故 김춘희 씨의 딸은 “엄마와 친구 같은 사이로 대화도 많이 하고 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다”며 “올해 대학을 서울로 가게 돼 엄마와 멀어진다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이렇게 다시는 보지 못 할 곳으로 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이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먼저 가족들에게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현 원장은 “뇌사장기기증은 누군가에게 새 삶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이런 양 측면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처럼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