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술 후 뇌손상 환자에 대한 환자 가족들의 의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수술 후 뇌손상에 빠진 만 11세 어린이의 가족들이 마취과 공중보건 전문의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가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수술 후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에 대해 마취전문의가 경과관찰 주의 의무를 부담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환자 A씨(11세)는 석회돌에 왼쪽 발이 깔려 병원에 입원했고 엄지발가락 근위지골 골절 소견을 받아 다음날 개방정복 및 내부고정술을 실시했다. 수술실에서 마취 전문의 B씨는 환자 A씨에게 전신마취제와,호흡근이완제와 함께 마취유도 및 마취유지에 쓰이는 진통제 울티바(성분명 레미펜타닐)을 희석해 10gtt의 속도로 투여했다.

수술을 마친후 전문의 B씨는 인공호흡 기계사용을 중단하고 폐 부위를 자극해 A씨를 깨우면서 자가호흡이 돌아왔음을 확인하고 호흡근이완제를 역전시키는 모비눌과 피리놀 1mL를 투여했다.

이어 10분후 A씨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답하고 지시에 따라 기침을 하고 고통을 호소하자 전공의 B씨는 수술실에서의 퇴원을 결정하고 수술실 간호사 C씨에게 A씨를 응급실로 이송하도록 지시했다. 이와함께 전문의 B씨는 “환자의 보호자가 무통 주사를 신청하지 않았으니 울티바 수액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C씨는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C씨는 환자 A씨를 응급실로 이송하면서 응급실 간호사 D씨에게 “울티바를 유지해 달라고 하는데 오더는 마취과에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당시 A씨의 상태는 눈을 뜨고 기침을 하는 상태였고 100ml용량 수액팩에 울티바 수액이 남아있었다. 이후 D씨는 환자에게 청색증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고 주치의와 마취전문의 B씨,응급구조사 등을 불러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때 마취전문의 B씨는 환자 A씨에게 연결된 울티바 수액이 모두 투여된 상태임을 발견했다. 현재 A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의식수준이 혼미한 상태다.

이러한 환자 A씨의 뇌손상에 대해 A씨의 가족들은 △수술 종료후 주입을 멈춰야 하는 울티마를 계속 주입한 것 △환자의 호흡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수술 종료 후 10분만에 환자를 인계한 점 △응급실 인계 후에도 간호사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마취과 전문의 B씨의 과실책임을 주장하고 국가법에 따라 국가 역시 공동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함께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민사재판부는 이러한 울티바 계속 주입과 응급실 인계와 관련된 환자 가족들의 과실 주장에 대해 울티바 주입을 이미 수술종료 무렵에 B씨가 중단했으며, 응급실로 인계될 때까지 울티바 계속 주입을 B씨가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의 상태가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에 응급실로 인계한 조치에 과실이 없으며, 어떠한 계기로 응급실에 인계된 후 울티바 주입이 다시 이뤄지게 됐는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B씨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환자 A씨의 활력징후가 회복실 퇴실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마취에서 깨어났고 ,울티바 주입도 중단된 상태에서 응급실로 인계된 이상 그 이후 B씨가 환자 A에 대해 가진다는 경과관찰 등의 주의의무는 응급실 간호사나 주치의 등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할 뿐, B씨가 그런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1심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종합해 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가족들은 1심에 불복해 2심 항소를 진행했으며, 이 같은 항소에 서울고등법원 2심 민사재판부는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며 정당하므로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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